흑인 이민자에 "개집으로 돌아가라"…프랑스에 무슨 일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의 극우 국민연합(RN)이 압승한 가운데 프랑스 사회에서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2 방송은 '특파원' 보고 프로그램에서 파리 남쪽 루아레 지역의 한 흑인 이민자 피해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프랑스에 정착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 간병 도우미 디비느 킨켈라씨는 유럽의회 선거 운동이 진행되던 때부터 RN 지지자인 이웃 백인 부부로부터 극심한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적 발언뿐 아니라 자신을 향해 원숭이 소리를 내거나 '침팬지'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웃집은 창문에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를 걸어두고, 테라스에는 "마린, 조르당과 함께"라는 포스터도 붙여놨다. 마린은 마린 르펜 전 RN 대선 후보, 조르당은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를 뜻한다.

킨켈라씨는 적대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웃집에서 훤히 보이는 자기 집 테라스에 앉아 커피 마시기를 고집하고 있다. 일종의 기 싸움이다.

그는 "마치 선거가 이들로 하여금 이민자들에게 '당신은 환영받지 못한다', '우리는 당신을 내쫓을 것이다'라고 말할 자유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2 기자들은 RN 지지자라는 이웃을 직접 만났다.

파리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다 은퇴 후 이곳에 자리 잡았다는 디디에씨는 카메라 앞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디디에씨는 "프랑스인이 된다는 것은 프랑스의 관습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우리 사회에 형편없는 관습을 들이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한 뒤 기자가 '누가 프랑스 관습을 존중하지 않느냐'고 되묻자 "TV에서 봤다"며 "무스타파들"이라고 답했다. 무스타파는 아랍어 성이나 이름으로 쓰인다.

디디에씨는 기자가 킨켈레씨에게 '가끔 인사를 하느냐'고 묻자 "전에는 인사를 했지만 이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디에씨보다 심한 건 그 부인이었다.

부인은 자신의 집 대문 밖에 서 있는 킨켈레씨를 보자 쫓아 나와서는 "또 왔냐. 우리가 당신을 초대했냐. 꺼져라.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공공 임대 주택을 떠났다"고 퍼부었다.

이 부인은 거듭 "여긴 우리 집이니까 우리 맘대로 한다"며 킨켈레씨를 향해 "개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킨켈레씨가 대꾸하려 하자 이 부인은 "문제를 돌리지 말라. 문제는 당신"이라며 킨켈레씨의 땋은 머리를 가리키고는 "저 여자 머리에 있는 저 역겨운 것들을 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이 부인은 이 장면을 촬영하던 기자들에게도 달려들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장면은 소셜네트워크 엑스(X·옛 트위터)에서 12시간 동안 300만회 이상 조회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RN이 승리할 경우 이런 일은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분간 없이 모든 이민자를 증오하는 정당에 권력을 줄 경우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RN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이들이 모든 RN 지지자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일부 RN 지지자는 이 방송을 "좌파 진영의 선동"이라고 몰아세웠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