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신간 '거울들'
찜통더위에도 참았다…여왕도 왕도 평생 1~2번밖에 못 한 이것
왕은 해 질 무렵 결혼했고, 해 뜰 무렵엔 홀아비가 됐다.

이미 배신의 아픔을 경험한 그는 동침한 여자를 모두 죽였다.

셰에라자드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재미있는 이야기 덕분이었다.

이야기하며 그녀는 1천일 하고도 하루를 버텼다.

지루해지면 끝장날 것을 알았기에 셰에라자드는 온 힘을 다했다.

이렇듯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이야기하는 기술이 생겨났다.

우루과이 출신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1940~2015)는 이야기를 다루는 탁월한 문필가다.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거울들'은 그가 만년 들어 세계의 역사를 재해석해 내놓은 책이다.

그는 인류 태동기인 '아담과 이브' 시절부터 2000년대까지의 역사를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서 그만의 방식으로 설명한다.

셰에라자드가 죽음의 공포를 딛고 만들어낸 마법의 직조술, '이야기'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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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사를 포함해 비화와 이설(異說)을 토대로 한 577편의 짧은 '이야기'를 엮어 세계사라는 한 폭의 그림을 완성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의 방대한 지식과 깊이 있는 사유, 언론인 출신 특유의 까칠한 태도가 책 전반에 깔려 있다.

문화권과 지역을 넘나들며 비교 분석한 부분이 흥미롭다.

특히 여성을 보는 문화권별 시각이 눈에 띈다.

가장 진취적이었던 곳은 고대 이집트다.

이집트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졌다.

결혼을 자유롭게 했고, 결혼해도 남편 성을 따르지 않았으며 부모 재산도 상속받았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여성은 소변을 볼 때도 서서 봤고, 남성은 앉아서 봤다고 한다.

신화 속 이야기지만 여전사 아마조네스가 사는 곳은 아예 여성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그들은 무적의 전사들로, 화살의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오른쪽 가슴을 잘라 버렸다고 한다.

그들에게 남성은 생식과 쾌락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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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은 남성에 종속돼 있었다.

히브리 여성들은 간음하거나 처녀성을 잃으면 돌에 맞아 죽었고, 힌두의 여자는 죽은 남편이 불타고 있는 모닥불에 던져져야 했으며 중국 여성은 발이 자라지 않도록 어린 시절부터 전족(纏足)을 해야 했다.

로마의 여자는 "지적으로 취약"해 남성 후견인에게 복종해야 하는 대상에 불과했다.

그런 남성중심적인 문화에 질린 아빌라의 테레사(1515~1582)는 남자에게 봉사하느니 하느님의 노예가 되겠다며 수도원에 입소했다.

씻지 않는 풍습은 조선이나 중국도 있었지만, 유럽 지역 국가들은 그보다 훨씬 심했다.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은 평생 두 번밖에 목욕하지 않았고, 태양왕 루이 14세는 단 한 번, 그것도 의사의 처방 때문에 목욕했다.

목욕을 자주 하면 종교재판소에서 이교도로 낙인찍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종교재판소는 목욕을 무슬림의 관습으로 간주했다.

유럽인들은 살기 위해 향수 제조술을 연마했다.

책은 호메로스, 트로이, 예수의 시대를 지나 로마, 이슬람, 몽골, 중국을 넘나들고, 다빈치, 갈릴레이, 다윈, 위고, 휘트먼, 베토벤, 니진스키, 앙투아네트, 레닌과 스탈린, 펠레와 마라도나까지를 폭넓게, 그리고 낯설게 다룬다.

그들의 이면을 비춘다는 점에서 책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그 안에는 어떤 진실이 담겼다.

577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감춰진 진실을 비추는 '거울들'이다.

알렙. 6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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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