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매 유예기간 종료되며 주택 매입 늘어날듯
'경매차익 통한 피해구제' 도입돼도 낙찰까지 2∼3년 소요될수도
LH 전세사기 주택매입 이제 5건…"매입 인력·예산 확충 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5가구로 늘었다.

경·공매 유예 기간이 끝나는 피해주택이 늘어나면서 저조했던 LH의 매수가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보완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통한 피해 구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LH의 인력과 관련 예산 확충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말 경매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넘겨받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부산의 오피스텔 1가구와 도시형생활주택 1가구를 낙찰받았다.

지난 14일에는 경기 화성시의 도시형생활주택 1가구를, 19일에는 인천 오피스텔 1가구를 추가로 낙찰받았다.

이에 따라 LH가 매입한 피해주택은 올해 1월 인천 미추홀구 주택을 시작으로 총 5가구가 됐다.

특별법 시행 1년여만이다.

LH는 사들인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자에게 임대, 피해자가 살던 집에서 퇴거당하지 않도록 한다.

LH가 경·공매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보다 싸게 매입한 뒤 LH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경매 차익)만큼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도록 한다는 정부 대책이 국회 논의를 거쳐 도입된다면 LH는 더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LH 전세사기 주택매입 이제 5건…"매입 인력·예산 확충 필요"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경매시장에 빌라 물건은 갈수록 많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 경매 참여로 최근 낙찰률(전체 물건 대비 낙찰된 물건의 비율)이 높아졌다.

경·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총 1천485건으로 2006년 1월(1천600건) 이후 18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빌라 낙찰률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10%대에 머물렀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낙찰이 늘어나면서 20%대로 올라온 상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2∼3년에 걸쳐 경매 등을 통해 투입한 돈을 회수해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HUG는 보증사고가 난 주택의 강제경매를 신청한 뒤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낙찰 대금에 대한 우선 변제금만 받았다.

그러나 HUG가 보증사고 주택을 낙찰받아 무주택자에게 시세의 90% 수준으로 임대하는 '든든전세주택'이 도입되면서 경매에 직접 뛰어들게 된 것이다.

서울 빌라 낙찰률은 올해 2월 9.8%, 3월 13.6%, 4월 15.0%이었으나, HUG 참여가 시작된 5월 27.8%로 훌쩍 높아졌다.

LH까지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에 참여하면 빌라 낙찰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경매 낙찰까지는 2∼3년가량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강훈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센터장(변호사)은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1년 평가 토론회에서 "쌓여 있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매입 실현이 더디게 이뤄지고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경·공매 실현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해자들에게 알리고, 주거권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피해주택 매입을 위해 LH 인력을 보강하고, 추가 예산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가 내년 5월까지 3만6천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에 LH 직원 한 사람이 수백채 매입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부도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 운영 때는 '경매직'을 따로 뽑기도 했다"며 "LH 인력을 충분히 확충해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부도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경매에 나온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공이 매입해 국민임대아파트로 전환하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적이 있다.

2000년대 중반 건설경기 악화로 임대주택을 지은 민간 건설사가 도산하면서 이 회사들이 지은 임대아파트 단지 전체가 경매로 넘어간 데 따른 대책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