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포만화가 이토 준지 주요작으로 꾸민 몰입형 체험 전시

어둑어둑한 전시장에 음산한 웃음소리와 비명이 울려 퍼지고 곳곳에서 공포 만화 속 캐릭터가 튀어나온다.

함께 이동하는 사람을 잇는 밧줄을 마치 생명줄인 것처럼 꽉 쥐느라 손이 땀범벅이 된다.
토미에의 비명과 함께 공포만화에 빨려 들어가다…이토 준지展
일본의 유명한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伊藤 潤二)의 주요 작품을 재현한 몰입형 체험 전시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가 서울 마포구 덕스(DUEX)에서 열렸다.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투어형 전시다.

이 전시의 핵심은 약 15분간 관람하는 '귀신의 집' 같은 형태의 체험형 공간이다.

관람객 6∼10명이 밧줄을 붙잡고 함께 어두운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전시장에는 만화 '지붕 밑의 머리카락', '장서환영', '터널 기담', '토미에: 사진', '견디기 힘든 미로', '신음하는 배수관', '머리 없는 조각상', 소이치의 애완동물', '목매는 기구', '괴롭히는 아이' 등 여러 만화를 주제로 한 공간이 차례로 등장한다.

주요 에피소드의 배경이 되는 서재, 암실 등도 배치됐는데 발끝에 차이는 책을 헤치며 걷고,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암실 문을 열 때면 마치 그의 만화 한가운데 들어온 듯한 착각도 든다.

이처럼 각종 소품과 장치만으로도 심장이 죄는 듯한 공간 곳곳에 배우 6명이 만화 속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등장한다.
토미에의 비명과 함께 공포만화에 빨려 들어가다…이토 준지展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 사람을 따라 다음 공간으로 걸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어마어마하다.

심약한 관람객을 위해 곳곳에 중도 포기 버튼을 설치했다.

버튼을 누르면 관계자가 해당 위치로 온 뒤 체험형 공간 뒤편으로 안내한다.

전시 관계자는 "하루에 3∼4팀 정도는 중도 포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체험형 공간에서 빠져나오면 이토 준지 작가의 영상과 원고, 애니메이션 원화 등을 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이토 준지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토미에와 소이치 캐릭터 가면을 나눠주는 데 이를 쓰고 만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놨다.

굿즈(상품)는 물론 만화에서 모티브를 딴 '승려의 시선 바움쿠헨'과 '빨려 들어가는 빙수' 등 음료와 디저트도 판매한다.

전시를 보고 나와도 소름 끼치고 찝찝한 기분은 집 앞까지 이어진다.

가방에 넣어둔 토미에 가면이 어쩐지 히쭉 웃는 듯하다.

전시는 9월 8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