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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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일으킨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시인했음에도 혐의를 벗자 관련 법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김호중을 구속기소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만 적용하고 경찰이 송치 단계에서 포함했던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김호중은 지난달 9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했지만 사고 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이후 김호중의 매니저가 경찰에 거짓으로 자수했고, 김호중은 소속사 관계자와 함께 구리시의 한 모텔로 도피해 근처 편의점서 캔맥주를 샀다. 이를 두고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은 시간 경과에 따라 음주 수치를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031%로 추산했고,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호중이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술을 마신 탓에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역추산 결과만으로는 음주 수치 특정이 어렵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음주운전을 해도 (혐의) 적용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을 널리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 '술 먹고 운전하다 걸릴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가면 되겠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김호중이 공식입장문을 통해 "저는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자백했음에도 혐의가 제외되면서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에는 경찰청 소속 직원이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작성자는 "음주운전에 걸리면 무조건 도주, 주차된 차를 충격해도 무조건 도주, 음주단속에 걸리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소주를 마신다"고 비꼬았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와 관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른바 '김호중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신 의원은 "음주운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의도적인 추가 음주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법절차를 고의로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 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이면 급하게 술을 찾아 마셔서 경찰의 측정에 혼선을 주는 편법 행위인 '술 타기'를 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해 김호중의 호흡 또는 혈액 측정에 의한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를 통해 조직적인 거짓말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입법 미비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의 허위 진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0일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건의했다. 음주측정거부죄와 동일하게 1년∼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