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라운드가 열린 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는 대한민국 최고 골퍼들이 펼친 명승부를 직접 관람하려는 골프팬들로 북적였다. 이날 하루 ‘행운의 언덕’을 찾은 골프팬의 숫자는 약 1만명. 윤이나(21) 박현경(24) 박지영(28) 등 올 시즌 최고의 골퍼들이 우승경쟁에 나서면서 명승부를 직관하려는 골프팬들이 몰리면서다. 이날 오전 내내 갤러리들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가 쉴새없이 대회장 안팎을 오갔다.

매년 명품 드라마가 탄생하던 이 대회는 올해부터 총상금을 14억원으로 증액하고 기간을 기존 사흘에서 나흘로 규모를 키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관계자는 “올해 메이저급 투어 대회로 업그레이드하고 그에 걸맞는 명승부가 나오면서 역대급 흥행을 이뤘다”고 말했다.

○매 순간 선수와 함께한 갤러리 행렬

선수들과 모든 순간을 함께한 갤러리들은 명품 드라마의 주연 같은 조연 역할을 해냈다. 대회 1·2라운드에는 낮 최고기온 34도의 폭염이, 3라운드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악조건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윤이나 vs 박현경' 역대급 명승부…1만 갤러리 "굿샷"
이날 1번홀(파4) 티잉구역에서는 역대급 응원전이 펼쳐졌다. 올 시즌 최고 인기 스타들이 대거 우승경쟁에 몰리면서다. 윤이나·홍진영(24)·김민주(22)의 티오프 시간을 앞두고 홀에는 '홍진영 프로님의 우승을 기원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홍진영을 응원하는 네명의 팬이 약 30m 뒤에서 보일 정도로 커다란 현수막을 들고 홍진영의 입장에 함성을 보냈다.

한쪽에서는 윤이나를 응원하는 팻말이 수십개 떠올랐다. 윤이나가 티잉구역에 들어서자 "윤이나 빛이나 화이팅!"이라고 구령을 외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갤러리들 사이에서도 "기세가 대단하다"며 감탄이 터져나왔다.

선수들의 티샷과 함께 팬들이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민트색, 보라색 물결이 1번홀을 메웠다. 박현경 박지영을 응원하는 팬이었다. '지영 뽀짝'이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60대 여성은 "지난 사흘간 박지영을 응원하는 갤러리가 적어 미안한 마음에 팬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게하는 팽팽한 승부에 팬들의 만족감도 높았다. 정영수씨는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성격의 대회답게 경기 내용이 흥미진진하다"며 "대회장 곳곳에서도 준비를 많이 한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관람 열기가 이어졌다. 이날 네이버 온라인중계 누적 접속자수는 25명을 넘어섰다.

○대회 흥행 대박에 지역상권도 '활짝'

그린 주변에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으며 경기를 지켜보는 갤러리도 많았다. 처음 본 사이지만 함께 좋아하는 선수를 따라다닌다는 동질감에 간식을 나눠주는 모습도 연출됐다. 전날 처럼 이날 오후에 비가 올 거라는 예보와 달리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자 대다수 갤러리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경기 김포에서 온 부부 배영덕씨(58)·김미정씨(48)는 “포천힐스CC를 처음 찾았지만 조경이 매우 잘 돼 있어 구장 자체가 모두 예쁘다”며 “TV로만 보던 명승부를 직접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회가 성공한 배경에는 포천힐스CC의 뛰어난 접근성이 꼽힌다. 서울 어디에서나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 상금랭킹 ‘톱10’과 13개 대회에서 탄생한 챔피언 10명이 총출동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중고등학교 골프연맹 소속 김대겸군(19)은 “서울 노원에서 빨간색 광역버스를 타고 왔다”며 “국내 탑 랭커들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대회장 인근 식당들도 북적이는 단체손님을 맞이하느라 함박웃음을 지었다. 포천시 관계자는 “매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통해 포천이란 지역명을 전국에 널리 홍보하고 있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 조철오/유승목/최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