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1년의 절반 '여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유지한다면 21세기 후반 서울의 여름일수가 지금보다 두 달여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110일에 달하겠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날도 8.5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기상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기상청은 온실가스 농도와 기후변화 수치모델을 이용해 17개 광역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산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온실가스를 현저히 감축해 2070년께 탄소중립에 이르는 '저탄소 시나리오'와 현재 수준과 비슷하게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지는 '고탄소 시나리오' 등 모두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눈에 띄는 온실가스 감축이 없는 고탄소 시나리오에 따르면 2081∼2100년 서울의 평균 폭염일수는 109.8일까지 늘어난다. 폭염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뜻하는데, 불볕더위가 3개월도 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탄소 시나리오상 2081∼2100년 서울의 여름일수는 194.3일로 현재(2000∼2019년 평균·127.7일)보다 두달여인 66.6일 늘어난다. 1년에 6개월 넘게 여름인 셈이다.

같은 기간 열대야 일수는 96.1일로 현재(11.3일)보다 약 8.5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조건에서 서울 강수량 역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081∼2100년 서울의 연평균 강수량은 1521.9㎜로 현재(1269.6㎜) 대비 252.3㎜ 늘어났다.

일 강수량이 80㎜ 이상인 날의 연중 일수를 뜻하는 호우 일수도 현재의 2.7일에서 3.7일이 됐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의 반기성 센터장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지 않느냐"며 "엘니뇨의 영향이 있었다고는 하나 작년부터 한국의 기후변화는 여러 기관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2022년 기준 세계에서 13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나라"라며 "재생 에너지 확대와 나무 식재 등 기후변화 완화 대책과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