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짠테크족이 3년 이상 장기 적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중도 해지 위험이 없다면 향후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현재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장기 적금이 유리하다. 은행권의 장기 적금 상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年4%대 장기적금, 금리인하 전에 들어둘까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에서 판매하는 3년 만기 적금(자유적립식 상품 기준)의 평균 최고 금리는 연 4.05%다. 연 4%대 상품이 자취를 감추는 상황에서 장기 적금의 매력이 높아졌다. 그동안 장기 적금은 단기 적금에 밀려 입지가 좁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앞다퉈 ‘한달 적금’ 등 기존 적금의 개념을 깬 단기 상품을 줄지어 출시한 탓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오랜 기간 돈을 묶어두지 않으려는 금융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에 이어 한국도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금리 인하를 가로막던 물가가 진정 상태로 접어든 영향이다.

일부 은행은 최대 5년 만기 적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하나은행의 ‘내맘 적금’은 5년 만기 시 우대 금리를 더해 연 4.15% 금리가 적용된다. 우리은행도 최대 5년까지 가입 가능한 ‘우리사랑 정기적금’(최고 연 3.25%)을 내놨다.

대부분 장기 적금은 3년 만기 상품에 몰려 있다. 국민은행은 ‘KB 맑은 하늘 적금’을 추천했다. 환경을 위해 종이통장을 발급받지 않고, 가입 기간의 절반 이상 동안 대중교통 이용 실적을 쌓으면 최대 연 4.05%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월 최대 3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한 신한은행의 ‘알쏠 적금’은 청년을 타깃으로 최고 연 4.50% 금리를 제시했다. 주거래 고객에게 장기 고금리 적금을 판매하는 은행도 눈길을 끈다. 하나은행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 우리은행 ‘우리 SUPER 주거래 정기적금’은 최고 연 4.75% 금리가 적용된다. 급여 이체 시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농협은행의 ‘직장인 월복리적금’(연 최고 4.22%)도 장기 적금에 속한다. 비대면 전용 상품인 기업은행의 ‘1석 7조 통장’은 3년 만기 시 연 최고 4.20%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대표 중금채 상품으로 꼽힌다.

오랜 가입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적금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약정 금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은행들은 ‘만기일 전에 중도 해지 시 약정한 금리보다 낮은 중도 해지 금리가 적용된다’고 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섣불리 장기 적금에 가입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기본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