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찾은 동국제강 인천공장. 통제실 너머 전기로에서 번개 치듯 연신 빛이 번쩍였다. 전기로 입구에서 수직으로 꽂힌 세 개의 전극봉으로 흘러간 전기는 산소와 만나 고철을 순식간에 쇳물로 녹여냈다. 동국제강이 2010년 가동한 이곳의 전기로는 ‘아크 에코’ 방식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부생 가스로 전기로를 예열해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친환경 제강 방식이다.

비싼 전기료 늪에 빠진 '친환경 전기로'
국내 철강사의 전기로 전환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전기로를 확대해 탄소 배출량을 2023년 대비 12% 감축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6000억원을 들여 광양제철소에 2025년까지 연산 250만t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기로의 핵심인 ‘전기료’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로는 철강업계 탈탄소 이행의 핵심으로 꼽힌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해 쇳물을 뽑아내는 고로 방식은 철근 1t을 생산할 때 탄소가 2t 배출된다. 이에 비해 동국제강 전기로의 탄소 배출량은 0.38t에 불과하다. 에너지 소모량도 기존 고로 대비 40%에 그친다. 2018년 탄소 배출량을 2028년까지 1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전기로 가동률을 높여 이를 5년 앞당긴 지난해에 달성했다.

오랫동안 전기로를 운용한 경험 덕에 수율도 높다. 고철을 철근으로 재활용할 때 수율은 최대 98%에 달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일본 스틸플랜텍이 처음 친환경 전기로를 수출한 곳이 동국제강”이라며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스틸플랜텍조차 인천공장에서 전기로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갔다”고 말했다.

전기로는 수소환원제철처럼 ‘탄소 제로’ 제조로 가기 위한 ‘브리지(연결) 기술’로 꼽힌다. 당장 수소환원제철로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브리지 기술을 상용화는 것조차 만만치 않다. 산업용 전기료가 급등해서다. 올해 3월 말 산업용 전기료는 ㎾h당 153.7원으로 2021년 3월(106.6원) 대비 44% 올랐다. 전기료 탓에 동국제강은 이달 3일부터 야간 조업만 하기로 결정했다. 야간 전기료가 주간 전기료의 반값이라서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에 건설 중인 전기로의 동력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택했다. 자가 발전으로 전기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당진시는 LNG 발전소 건립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 중이다. 이달 말까지 공청회를 마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정도의 철강사가 전기로만으로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면 첨단 반도체 공장에 버금가는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인천=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