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 가랑차 매력에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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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 오케스트라
서울에서 아시아 투어 첫 공연
가랑차의 '푸른 수염의 성' 압권
출중한 기량으로 존재감 뽐내
말러 교향곡 5번은 아쉬움 남아
서울에서 아시아 투어 첫 공연
가랑차의 '푸른 수염의 성' 압권
출중한 기량으로 존재감 뽐내
말러 교향곡 5번은 아쉬움 남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MET 오케스트라)가 지난 19~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했다. 기대가 각별했다. MET 오케스트라는 미국을 대표하는 오페라단(극장)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산하 단체로 1883년 창단됐다. MET 오케스트라가 사상 최초로 아시아 투어를 계획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을 가장 먼저 찾는다니….
이번 공연에서 악단이 추구한 지향점은 출연진 라인업에서 잘 드러났다. 바그너 드뷔시 버르토크로 구성된 첫째 날은 오페라 오케스트라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몽고메리 모차르트 말러로 이뤄진 둘째 날 프로그램은 태도와 역량을 다각도에서 과시하려는 포석으로 보였다. 거기에 엘리나 가랑차, 리제트 오로페사, 크리스티안 반 혼 등 전성기를 구가하는 특급 가수들이 가세하며 라인업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해졌다. MET 음악감독인 스타 지휘자 야니크 네제세갱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
첫날 공연의 문을 연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은 일정 부분 단원들의 긴장감을 내비친 연주였다. 전반적인 연주 흐름은 나쁘지 않았으나 군데군데 자잘한 실수나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앙상블의 노출이 있었다. 하지만 네제세갱은 금세 안정을 찾고 그 위에서 악곡에 담긴 풍경과 정서, 폭풍우 치는 바다와 비극적 주인공의 격정 등을 선명하게 부각했다.
드뷔시의 오페라에 기초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에서 악단은 한결 자연스러워진 연주를 들려줬다. 네제세갱 특유의 감각적이고 정력적인 비팅은 정적인 기운과 몽환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인상주의 음악’조차 사뭇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들리도록 했다. 그의 지휘봉 아래에서 작품 특유의 섬세한 음결과 아련한 색조는 조금 더 높은 선예도와 뚜렷한 채도로 살아났고, 골로가 멜리장드(아내)를 추궁하는 장면과 골로가 펠레아스(동생)를 죽이는 장면 등은 매우 역동적으로 표현됐다. 얼마간 과장됐다고 여겨질 여지도 있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2부에서 연주한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 전곡은 내한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인지도가 높다고 할 수 없는 작품을 레퍼토리로 낙점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등장인물이 단 두 명으로 적어서 상연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과 노래 못지않게 관현악의 비중이 커 악단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등이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탁월한 선택이었다.
현존 최고의 메조소프라노 중 한 명인 가랑차와 MET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베이스바리톤인 반 혼의 존재감이 엄청났다. 등장만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비주얼에 드넓은 롯데콘서트홀 공간을 넉넉히 채우는 풍부한 성량, 그리고 명성에 걸맞은 출중한 가창력과 연기력까지! 두 가수는 낯선 언어로 노래되는 고난도 오페라의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고 드라마에 담긴 긴장과 갈등, 환상과 고독을 더없이 첨예하고도 사실감 넘치게 전달해 관객을 흠뻑 매료시켰다. 아울러 일곱 개의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달라지는 광경과 분위기, 등장인물의 내면 변화를 효과적으로 묘파해낸 관현악도 몰입도를 배가했다.
둘째 날 주인공은 1부에서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 두 곡을 노래한 소프라노 오로페사였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던 듯 최고 음역에서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옥에 티였으나 청아하고 낭랑한 음성과 상쾌하고 감칠맛 나는 가창, 그리고 사랑스러운 매너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2부 프로그램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은 적잖이 아쉬운 연주였다. 지휘자는 특유의 감각적이고 탄력적인 해석과 적극적인 제스처로 악곡의 변화무쌍한 정서와 드라마적 흐름, 대위법적 텍스처를 입체감 있게 구현하려고 한 듯했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관악 주자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트럼펫 솔로의 실수가 빈번했고 3악장 주인공인 호른 솔로도 다소 흔들렸다. 또 전반적으로 총주의 응집력과 폭발력이 떨어진 점 역시 아쉬웠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이번 공연에서 악단이 추구한 지향점은 출연진 라인업에서 잘 드러났다. 바그너 드뷔시 버르토크로 구성된 첫째 날은 오페라 오케스트라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몽고메리 모차르트 말러로 이뤄진 둘째 날 프로그램은 태도와 역량을 다각도에서 과시하려는 포석으로 보였다. 거기에 엘리나 가랑차, 리제트 오로페사, 크리스티안 반 혼 등 전성기를 구가하는 특급 가수들이 가세하며 라인업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해졌다. MET 음악감독인 스타 지휘자 야니크 네제세갱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
첫날 공연의 문을 연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은 일정 부분 단원들의 긴장감을 내비친 연주였다. 전반적인 연주 흐름은 나쁘지 않았으나 군데군데 자잘한 실수나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앙상블의 노출이 있었다. 하지만 네제세갱은 금세 안정을 찾고 그 위에서 악곡에 담긴 풍경과 정서, 폭풍우 치는 바다와 비극적 주인공의 격정 등을 선명하게 부각했다.
드뷔시의 오페라에 기초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에서 악단은 한결 자연스러워진 연주를 들려줬다. 네제세갱 특유의 감각적이고 정력적인 비팅은 정적인 기운과 몽환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인상주의 음악’조차 사뭇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들리도록 했다. 그의 지휘봉 아래에서 작품 특유의 섬세한 음결과 아련한 색조는 조금 더 높은 선예도와 뚜렷한 채도로 살아났고, 골로가 멜리장드(아내)를 추궁하는 장면과 골로가 펠레아스(동생)를 죽이는 장면 등은 매우 역동적으로 표현됐다. 얼마간 과장됐다고 여겨질 여지도 있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2부에서 연주한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 전곡은 내한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인지도가 높다고 할 수 없는 작품을 레퍼토리로 낙점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등장인물이 단 두 명으로 적어서 상연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과 노래 못지않게 관현악의 비중이 커 악단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등이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탁월한 선택이었다.
현존 최고의 메조소프라노 중 한 명인 가랑차와 MET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베이스바리톤인 반 혼의 존재감이 엄청났다. 등장만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비주얼에 드넓은 롯데콘서트홀 공간을 넉넉히 채우는 풍부한 성량, 그리고 명성에 걸맞은 출중한 가창력과 연기력까지! 두 가수는 낯선 언어로 노래되는 고난도 오페라의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고 드라마에 담긴 긴장과 갈등, 환상과 고독을 더없이 첨예하고도 사실감 넘치게 전달해 관객을 흠뻑 매료시켰다. 아울러 일곱 개의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달라지는 광경과 분위기, 등장인물의 내면 변화를 효과적으로 묘파해낸 관현악도 몰입도를 배가했다.
둘째 날 주인공은 1부에서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 두 곡을 노래한 소프라노 오로페사였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던 듯 최고 음역에서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옥에 티였으나 청아하고 낭랑한 음성과 상쾌하고 감칠맛 나는 가창, 그리고 사랑스러운 매너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2부 프로그램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은 적잖이 아쉬운 연주였다. 지휘자는 특유의 감각적이고 탄력적인 해석과 적극적인 제스처로 악곡의 변화무쌍한 정서와 드라마적 흐름, 대위법적 텍스처를 입체감 있게 구현하려고 한 듯했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관악 주자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트럼펫 솔로의 실수가 빈번했고 3악장 주인공인 호른 솔로도 다소 흔들렸다. 또 전반적으로 총주의 응집력과 폭발력이 떨어진 점 역시 아쉬웠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