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2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피규어AI를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2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피규어AI를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7일부터 나흘간의 미국 출장길에 유독 ‘차별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LG가 투자한 북미의 주요 스타트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변함없는 성공의 키는 차별화된 고객가치에 달려있다”며 “새로운 사업이 지속 발전하는 선순환을 구축해 가자”고 말했다.

구 회장은 미국 로체스터공대 출신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런 이력 덕분에 그의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을 방문할 때 각각 버라이즌, 엔비디아 같은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는 것과 달리 구 회장은 주로 스타트업 현장을 방문한다.

이번 출장길에서도 텐스토렌트(인공지능 반도체), 피규어AI(휴머노이드 로봇), 인월드AI(가상 캐릭터 제작), 에코헬스(디지털 청진기) 등 실리콘밸리에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찾았다. LG그룹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전 세계 80여 곳의 스타트업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2020년에는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설립해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 회장이 찾은 실리콘밸리는 첨단기술 경쟁이 가장 활발한 세계 스타트업의 ‘메카’다. 구 회장은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만나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산업 영향에 관해 논의했다. 반도체가 가전, 전자장치, 통신 등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어서다.

구 회장은 평소에도 차별화를 위한 도전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나흘간의 출장 중에도 “지속 성장의 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의 빅스텝을 밟아 나가자”고 말했다. 그가 주요 계열사의 북미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한 테네시를 찾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테네시에는 LG전자 생산법인,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있다. LG화학은 이곳에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2026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국 중남부에 있는 테네시주는 8개 주와 경계를 맞댄 물류 교통의 요충지다. 산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이 정도 규모로 해외 투자를 한 것은 테네시주 사례가 최초”라며 “이를 어떻게 성공시키느냐가 LG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2021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북미 시장을 찾아 현장 경영을 해왔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미국, 캐나다 출장에서도 AI 관련 연구소와 스타트업을 찾아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