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주)LG 대표(왼쪽)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 AI(Figure AI)'에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현지시간 17일부터 나흘동안 미국 테네시주와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북미 현지 사업 현황과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지속성장의 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의 빅스텝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23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미국 테네시에서 LG전자 생산법인, LG에너지솔루션·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등을 방문하고, 실리콘밸리에서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를 방문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준비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 전략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현지 임직원에게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격려하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속성장의 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의 빅스텝을 만들어 나가자"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을 시작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2021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북미 시장을 찾아 현장 경영을 이어왔다. 그는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에서 LG화학 생명과학본부를, 캐나다 토론토에서 LG전자 인공지능(AI) 연구소 등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구광모 (주)LG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미국 테네시에 위치한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찾아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은 먼저 테네시를 찾아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북미 현지 사업 점검에 나섰다.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테네시주는 조지아, 앨라배마 등 8개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어 교통과 물류에 효율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 거점으로 점찍은 곳이기도 하다. LG가 테네시를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구축한 이유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018년 말 테네시에서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완공해 운영에 돌입했고, 지난 3월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LG화학은 테네시에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지을 계획으로, 2026년부터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를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을 찾은 구 회장은 류재철 H&A사업본부장 사장, 정규황 북미지역대표 부사장 등과 함께 전자 북미 사업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로봇 자동화, 무인 물류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세탁기, 건조기 생산라인도 살펴봤다.

구 회장은 임직원에게 "시장·고객 트렌드·경쟁 구도·통상 정책·물류 등 사업 환경의 변동성은 모두가 동일하게 마주한 상황"이라며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 차별적 고객가치 제공을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공급망 구축, 공정 혁신, 현지화 역량 등 근본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구광모 (주)LG 대표(맨 오른쪽)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 방문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주요 스타트업의 기술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이어진 실리콘밸리 일정에서 구 회장이 집중한 것은 미래 사업 분야였다. LG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등을 위해 2018년 실리콘밸리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2020년에는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설립한 바 있다.

구 회장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서 김동수 CEO(부사장)를 비롯한 경영진과 만나 지금까지의 투자 및 사업개발 현황을 보고받았다. 또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LG의 미래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스타트업 제품과 기술 등을 살피고 투자 전략과 관련해 논의를 나눴다.

LG NOVA는 투자 수익 확보를 우선시하는 일반적인 벤처 투자와는 달리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사업 모델을 만들고 직접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구 회장은 LG NOVA를 직접 방문하고 "신사업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결국 변함없는 성공의 키는 차별화된 고객가치에 달려있다"며 "이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더 많은 스타트업과 파트너들이 LG를 찾아오고, 새로운 사업 모델이 지속 발전되어 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구광모 (주)LG 대표(오른쪽)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 반도체 설계 업체 '텐스토렌트'의 CEO '짐 켈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은 LG 사업장 외에도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해 반도체 설계부터 로봇 등 AI 밸류체인 전반을 세심하게 살폈다.

텐스토렌트는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구 회장은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만나 AI 반도체의 트렌드와 텐스토렌트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피규어 AI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으로, 잡 서치 플랫폼, 전기 수직 이착륙 비행기 회사들을 창업한 이력이 있는 브렛 애드콕이 설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엔비디아,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투자를 받아 주목을 받았다.

구 회장은 창업자이자 CEO인 브렛 애드콕을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피규어 원'이 구동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구 회장이 이번 현장경영에서 LG 계열사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을 찾아 AI 생태계 전반을 살핀 것은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며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8월 북미 방문에서도 캐나다 토론토에서 벡터 연구소와 자나두 연구소를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핀 바 있다.


이서후기자 after@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