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본사의 자회사인 중국 법인과 근로계약을 맺고 현지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파견 근로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내 본사와 사망한 근로자가 직접 업무지시 및 보고를 주고받는 사용종속관계였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의 남편인 B씨는 2019년부터 대기업 A사의 중국 현지법인에서 일하다 이듬해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으로 추정됐다. A씨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산재보험법은 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을 특별한 사정 없는 한 국내 사업으로 본다. 다만 파견 근로자의 근무 실태 등을 종합 검토해 단순히 근로 장소가 국외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 사업에 소속돼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일한다면 산재보험 관계가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등에서 정하는 해외파견자 임의가입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망인에 대해 해외파견자 임의가입을 신청한 사실도 없다”며 거부했다.

법원은 이번에도 근로복지공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회사인 중국 현지법인은 중국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별도의 독립된 실체가 있다”며 “본사가 B씨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거나 보고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