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모시려 법까지 바꾼다…韓日中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DEEP INSIGHT
막 오른 동아시아 '이민전쟁'
"일할 사람 없다" 아우성
한국 2035년 인력 37만명 부족
中은 합계출산율 1명 붕괴 임박
동아시아, 외국인 유치 '경쟁'
앞다퉈 비자 장벽 낮추고 "웰컴"
한국이 먼저 '유치 상한' 높이자
일본 곧바로 출입국·난민법 통과
인구 줄어드는 대만·중국도 가세
막 오른 동아시아 '이민전쟁'
"일할 사람 없다" 아우성
한국 2035년 인력 37만명 부족
中은 합계출산율 1명 붕괴 임박
동아시아, 외국인 유치 '경쟁'
앞다퉈 비자 장벽 낮추고 "웰컴"
한국이 먼저 '유치 상한' 높이자
일본 곧바로 출입국·난민법 통과
인구 줄어드는 대만·중국도 가세
일본은 지난 14일 한국에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 선전포고를 했다. 일본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출입국관리·난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였던 기능실습 제도를 폐지하고 육성취업 제도를 신설한다는 내용이었다.
1993년 시작한 기능실습제의 당초 목적은 국제 공헌이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일본으로 불러들여 선진 기술을 전수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기능실습제는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에 외국인 비숙련 근로자를 싼값에 공급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열악한 처우를 받더라도 이직을 금지하는 등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많아 ‘현대판 노예제도’란 비판을 받았다. 일본 국회는 기능실습제를 대체하는 육성취업은 제도의 목적이 ‘인력 확보’임을 명시했다. 국제 공헌 같은 체면을 벗어던지고 인력 쟁탈전에 필사적으로 뛰어들 각오를 분명히 한 것이다.
대만도 지난해 6월부터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2030년까지 저숙련 외국인을 8만 명 더 유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 1명대 붕괴가 임박한 중국도 조만간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에 가세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2022년 중국의 출산율은 1.09명까지 떨어졌다. 일본과 대만에 이어 중국까지 뛰어들면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은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국제전으로 확산한다. 주변국들이 잇따라 전시 체제를 가동하는 것은 한국이 외국인 근로자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2020년 5만6000명이었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E-9비자) 유치 상한을 올해 16만5000명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체류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가족을 동반할 수 있는 숙련 외국인 근로자(E-7-4비자) 상한은 2018년 600명에서 올해 3만5000명으로 60배 가까이 높였다. 한국의 급여 수준이 일본과 대만을 월등히 앞서는 점도 주변국들을 조바심 나게 하는 이유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에 따르면 2022년 엔화로 환산한 한국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 급여는 평균 27만1000엔(약 237만원)이었다. 일본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기능실습생) 평균 급여는 21만2000엔이었다. 중간 수준의 숙련도를 가진 외국인(특정기능 1호)의 급여도 24만6000엔에 그쳤다. 대만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제조업 기준) 평균 급여는 14만3000엔에 불과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하루키 이쿠미 세가쿠인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투자하지 않으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이 더 높은 한국을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말 기준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82만3000명이었다. 한국과 대만은 각각 84만3000명과 70만7000명이었다. 세 나라 모두 지난 10년 새 외국인 근로자가 2~3배씩 늘었다. 그런데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어 세 나라 모두 외국인 근로자에 목말라 한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에 따르면 일본이 2040년 경제활동을 유지하려면 675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 지금보다 500만 명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한국 감사원은 2035년 국내 산업계에 3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도 앞으로 40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에 따르면 급여를 더 많이 주는 주변국에서 일하는 아시아 신흥 10개국의 외국인 근로자는 총 464만 명이다. 아시아 최대 외국인 근로자 수출국인 방글라데시의 근로자 114만 명은 대부분 중동 국가를 선택한다. 나머지 350만 명을 놓고 한국과 일본 대만 및 머지않아 쟁탈전에 뛰어들 것이 확실한 중국이 경쟁해야 한다.
저마다 독자적인 사회·문화의 토대를 쌓아 올린 동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이민에 소극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한다’는 여론이 60~70%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한국 일본 대만 모두 꼭 필요한 외국인 인재를 골라 눌러 앉히는 소극적인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육성취업 3년, 특정기능 1호 5년까지 8년에 거쳐 건설·조선 등 11개 분야의 전문 기술을 익힌 외국인 근로자에게 특정기능 2호 자격을 더 많이 주기로 했다. 특정기능 2호 자격은 가족을 동반하고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어 사실상의 이민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특정기능 2호 자격을 인정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20명에 불과했다. 한국이 올해 숙련 외국인 근로자(E-7-4비자) 상한을 3만5000명으로 대폭 늘린 것에 대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아시아의 선진적인 이주관리 시스템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제도는 국제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한국은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선발부터 체류 기간 동안의 지원, 귀국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민간 브로커가 기업과 외국인 근로자를 연결해 주는 대신 비싼 수수료를 뗀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급격히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과정을 도맡는 현행 제도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처럼 민간의 힘을 빌릴 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 지원 등을 정부가 나눠 맡아 불법 체류자를 줄이고, 국가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대만도 지난해 6월부터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2030년까지 저숙련 외국인을 8만 명 더 유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 1명대 붕괴가 임박한 중국도 조만간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에 가세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2022년 중국의 출산율은 1.09명까지 떨어졌다. 일본과 대만에 이어 중국까지 뛰어들면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은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국제전으로 확산한다. 주변국들이 잇따라 전시 체제를 가동하는 것은 한국이 외국인 근로자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2020년 5만6000명이었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E-9비자) 유치 상한을 올해 16만5000명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체류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가족을 동반할 수 있는 숙련 외국인 근로자(E-7-4비자) 상한은 2018년 600명에서 올해 3만5000명으로 60배 가까이 높였다. 한국의 급여 수준이 일본과 대만을 월등히 앞서는 점도 주변국들을 조바심 나게 하는 이유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에 따르면 2022년 엔화로 환산한 한국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 급여는 평균 27만1000엔(약 237만원)이었다. 일본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기능실습생) 평균 급여는 21만2000엔이었다. 중간 수준의 숙련도를 가진 외국인(특정기능 1호)의 급여도 24만6000엔에 그쳤다. 대만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제조업 기준) 평균 급여는 14만3000엔에 불과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하루키 이쿠미 세가쿠인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투자하지 않으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이 더 높은 한국을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말 기준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82만3000명이었다. 한국과 대만은 각각 84만3000명과 70만7000명이었다. 세 나라 모두 지난 10년 새 외국인 근로자가 2~3배씩 늘었다. 그런데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어 세 나라 모두 외국인 근로자에 목말라 한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에 따르면 일본이 2040년 경제활동을 유지하려면 675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 지금보다 500만 명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한국 감사원은 2035년 국내 산업계에 3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도 앞으로 40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에 따르면 급여를 더 많이 주는 주변국에서 일하는 아시아 신흥 10개국의 외국인 근로자는 총 464만 명이다. 아시아 최대 외국인 근로자 수출국인 방글라데시의 근로자 114만 명은 대부분 중동 국가를 선택한다. 나머지 350만 명을 놓고 한국과 일본 대만 및 머지않아 쟁탈전에 뛰어들 것이 확실한 중국이 경쟁해야 한다.
저마다 독자적인 사회·문화의 토대를 쌓아 올린 동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이민에 소극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한다’는 여론이 60~70%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한국 일본 대만 모두 꼭 필요한 외국인 인재를 골라 눌러 앉히는 소극적인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육성취업 3년, 특정기능 1호 5년까지 8년에 거쳐 건설·조선 등 11개 분야의 전문 기술을 익힌 외국인 근로자에게 특정기능 2호 자격을 더 많이 주기로 했다. 특정기능 2호 자격은 가족을 동반하고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어 사실상의 이민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특정기능 2호 자격을 인정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20명에 불과했다. 한국이 올해 숙련 외국인 근로자(E-7-4비자) 상한을 3만5000명으로 대폭 늘린 것에 대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아시아의 선진적인 이주관리 시스템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제도는 국제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한국은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선발부터 체류 기간 동안의 지원, 귀국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민간 브로커가 기업과 외국인 근로자를 연결해 주는 대신 비싼 수수료를 뗀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급격히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과정을 도맡는 현행 제도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처럼 민간의 힘을 빌릴 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 지원 등을 정부가 나눠 맡아 불법 체류자를 줄이고, 국가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