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에서 네 번의 연장 접전 끝에 '행운의 언덕'의 주인으로 우뚝 선 박현경의 뒤에는 '특급 캐디'가 있었다. 바로 아버지 박세수(55) 프로다. 이번 대회 내내 박현경의 지근거리에서 코스 매니지먼트와 퍼팅 전략은 물론 멘탈 코치까지 함께 했기에 박현경의 2승에는 박씨의 지분이 적지 않다.
4차 연장 이겨낸 박현경 정신력 뒤엔 아버지 박세수 있었다
박현경 부녀는 골프계에서 소문난 단짝이다. 아버지가 직접 캐디백을 메는 선수들은 많지만 박현경처럼 오랫동안, 톱랭커 커리어를 함께 만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경기 중간중간 박현경과 박씨는 부녀 사이를 넘어 친구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는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박현경이 버디를 잡아냈을때 박씨가 주먹인사를 건네면 박현경이 외면해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4차 연장 이겨낸 박현경 정신력 뒤엔 아버지 박세수 있었다
박현경은 이날 경기 중반 아버지 박세수씨가 "오늘 좋은 일 있을 것이니 걱정 너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이런 말을 잘 안해주시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서 인상깊었다"며 "아빠 말을 듣고 안정을 찾았다"고 전했다.

박씨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프로 출신이다. 박현경이 2013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될 때까지 직접 골프를 가르쳤고, 프로 데뷔 이후부터는 백을 메고 필드를 함께 누볐다. 박현경에게 아버지는 캐디를 넘어 코치이자 감독, 스승인 셈이다. 골프계 관계자는 "네 번이나 이어진 연장전에도 박현경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박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트러블 샷이 나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적절한 조언으로 박현경이 침착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박현경은 한때 독립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 아버지 대신 전문캐디를 고용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아버지에게 좀처럼 우승을 선물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 박현경은 다시 아버지에게 'SOS'를 쳤고, 둘은 함께 11월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을 만들어냈다.
4차 연장 이겨낸 박현경 정신력 뒤엔 아버지 박세수 있었다
둘이 빚어내는 시너지의 비결은 끊임없는 노력이다. 박씨는 3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딸과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세대 문화를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박현경 또한 어린 나이에 비해 성숙한 편이어서 아버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