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온라인몰과 백화점·편의점 본사 등이 ‘간편결제’(페이) 사용 고객을 받으려면 오는 9월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자로 등록해야 할 판이다. 정부의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는 데 따른 것이다. 페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상당수 유통업체에 금융권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유통사, 무더기 규제 대상 될 듯

23일 금융위원회가 최근 입법 예고한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페이사)는 PG업에 등록한 기업 등과 서비스 계약을 맺어야 한다(제4조의 2). 페이사는 계약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PG업에 등록했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도 주어진다(제22조의 13).
"백화점도 PG업 등록"…유통사에 '금융사 잣대' 논란
법조계에서는 이들 조항이 일반 유통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에 사실상 PG업 등록을 강제하는 조항이라고 해석했다. 페이사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아 입점한 판매자에게 정산해주는 온라인몰과 백화점, 가맹점에 정산해주는 편의점·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무더기로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백화점은 본사뿐 아니라 일부 지점이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지점별로 PG업에 등록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신세계백화점 대전점, 광주점 등이 사례로 꼽힌다.

정세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금융위는 전자적 방법으로 결제 대금 지급에 관여하는 기업은 PG업에 등록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페이사가 PG업 등록을 하지 않은 곳과 계약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등록을 사실상 의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불법을 감시하라니…”

금융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PG업 등록 규제는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부터 있던 규제”라며 “(페이사에 확인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미등록 결제 대행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PG업 등록 의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다 보니 현행 규정상 등록 대상인데도 인지하지 못한 기업이 많다.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대기업 유통 계열사 A사, 수천 개 브랜드가 입점한 쇼핑 플랫폼 B사 등은 PG업 등록 대상 업체지만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 페이 결제 재정산에 관여하는 유통업체·프랜차이즈 본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모호한 법 조항 탓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9월부터 페이사가 이들의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생기면서 ‘발등의 불’이 됐다.

유통업체들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PG업자로 등록하면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의무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쿠팡은 본사의 PG업 등록을 말소하고 별도 자회사인 쿠팡페이에 정산 대행을 맡기고 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보고서에 “쿠팡페이가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추가 법·규제적 리스크와 정밀검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법적 부담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일반 유통기업이 PG업 등록을 피하기 위해 페이 결제를 받지 않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재정산에 개입하는 건데 금융당국 관리를 받는 건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페이사와 결제·정산 과정이 비슷한 카드사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아서다. 애초부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 기업에 다른 기업을 감시하라는 식의 ‘간접 강제’ 형태 규제도 논란거리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불법 행위를 일반 기업이 적발하라는 것 아니냐”며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조미현/이선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