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투자하면서 파생상품으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파생형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은퇴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일명 ‘부머 캔디’로 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파생상품을 이용해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추가 수익을 올리는 파생상품 기반 ETF가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파생상품 기반 ETF에 최근 1년간 신규 자금 310억달러(약 43조원)가 유입돼 펀드 자산이 1200억달러로 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0년 말 펀드매니저가 펀드를 운용할 때 파생상품을 좀 더 쉽게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파생상품에 기반한 ETF가 증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런 ETF들은 주로 대형주에 투자하면서 해당 주식의 옵션 계약을 매도한다. 펀드매니저 사이에서 ‘주식 프리미엄 수입’으로 불리는 이 전략을 활용해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배당 수익률(8~10%)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생상품을 이용해 투자 손실을 일부 보호해주는 버퍼형 ETF도 파생형 ETF의 대표 유형으로 꼽힌다. 가령 손실 보전 비율이 10%인 버퍼형 ETF는 기초지수가 10% 하락하면 원금을 모두 보장해준다. 기초지수가 15% 떨어져도 투자자의 손실률은 5% 정도에 그친다. 주식시장이 하락해 연금액이 급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은퇴자들이 이런 ETF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WSJ는 설명했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은퇴자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와 동시에 밤에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는 보호 장치를 원한다”며 “ETF업계가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상품을 만들었는데 업계에선 이런 ETF를 ‘부머 캔디’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다만 강세장일 때 파생형 ETF는 다른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은 게 약점이다. 언제든 매매할 수 있는 다른 펀드와 달리 파생상품형 ETF는 의도한 수익률을 거두려면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조기에 매도하면 손실을 완전하게 보장받지 못하거나 일부 수익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투자 회사 캘러모스의 맷 카우프먼 ETF 책임자는 “파생상품에 기반한 ETF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은퇴자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 상품은 앞으로 미국인의 은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