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니제르가 자국 우라늄 광산에 대한 프랑스 기업의 채굴권을 박탈했다. 친러시아 성향인 니제르 군사 정부가 러시아에 채굴권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국영 원전 기업 오라노(ORANO)는 지난주 니제르 정부로부터 니제르 북부 이무라렌 광산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인구 2600만 명인 내륙 국가 니제르는 최빈국 가운데 하나지만 세계 7위 우라늄 생산국이다. 2022년 기준 유럽연합(EU)은 우라늄 4분의 1 이상을 니제르에서 수입했다. 이무라렌 광산은 우라늄 20만t이 매장된 대형 광산이다.

오라노는 2009년 채굴 인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니제르 광업부는 오라노에 지난 19일까지 광산 개발을 시작하지 않으면 운영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오라노는 군정 요구에 따라 최근 이무라렌 광산 현장에서 활동을 재개했다고 밝혔으나 결국 면허가 취소됐다.

면허가 취소된 것은 지난해 쿠데타 이후 급변한 니제르의 지정학적 이해관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니제르에선 지난해 7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전 대통령 대신 정권을 잡았다. 니제르 군정은 집권 후 프랑스군을 철수시키고 미국과의 군사협정을 종료하는 등 반서방 친러 외교 정책으로 돌아섰다. 알자지라 방송은 “니제르에서 러시아 기업과 용병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니제르 군부가 미국과의 군사협력 중단을 발표한 배경에 니제르와 이란 간 우라늄 거래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고위 대표단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니제르 군부가 군사협력 중단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