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지난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뒤 처음으로 독일과 중국 고위급 대표단이 만나 의견을 나눴다. 중국은 관세의 부당성을 지적했고, 독일은 중국에 러시아 수출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차례로 방문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 진좡룽 중국 공업정보화부 장관을 만났다.

중국은 EU의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며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정 주임은 “EU의 중국 전기차 관세 인상은 남에게 해를 끼칠 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은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 신에너지 산업 발전은 기술·시장·산업 시스템 등 포괄적 우위의 결과”라며 “외국 브랜드들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우수한 시스템과 숙련된 노동 시장 등의 이유로 대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EU의 관세 인상 조치를 놓고 중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상하이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관료들에게 “EU의 문은 중국 수출품 관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EU의 관세 부과 결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동시에 중국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유럽산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EU는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이 베를린과 베이징의 경제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작년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량은 40% 넘게 늘어났고, 이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군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이라고 하베크 부총리는 지적했다. 그는 정 주임에게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EU와 독일도 원자재와 주요 상품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