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신탁) 부실이 줄줄이 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책준형 사업장의 만기가 올해 몰려 있는 가운데 신탁사 보증 수준을 놓고 소송전이 난무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금융당국과 신탁업계에 따르면 우리자산신탁이 책준형 신탁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경기 광주 경안동의 한 상업시설은 시공사에 이어 신탁사까지 책임준공 기한을 넘겼다. 이 사업장에 투입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은 작년 말 기준 430억원 수준이다. 이 신탁사는 공매를 통해 PF 대출잔액 회수 절차에 돌입했다.

우리자산신탁은 경기 양주시 옥정지구 지식산업센터 등 PF 대출금액 1617억원 규모 책준형 신탁 사업 5건에 대해 올 들어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를 넘겨받았다.

한국자산신탁도 올 1분기 PF 대출잔액 290억원 규모인 한 사업장에서 시공사 책임준공 의무를 떠안았다. 시공사의 책임준공 기한 이후로도 6개월 이내에 준공이 되지 않으면 신탁사가 PF 대주단에 손해를 물어줘야 한다.

그간 책준형 신탁은 다른 신탁 상품에 비해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통했다. 사업비를 신탁사 고유자금으로 대지도 않고, 미준공만 피하면 별다른 리스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준형 신탁이 도입된 2015년 이후 수년간 부동산 호황기가 이어져 공사가 중단·지연되는 일이 드물었다. 공사가 중단돼도 신탁사가 대체 시공사를 끌어와 건물을 지으면 분양이 흥행해 사업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건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고공행진하면서 공사비가 급증하고, 고금리 부담에 지방 분양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시공사들의 미준공이 늘어서다. 보증 범위를 놓고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사업을 두고 PF 대주단이 준공 지연을 이유로 신한자산신탁에 575억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책준형 신탁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첫 사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