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부심 즐겨야 Z세대"…틈새시장 넘어선 불닭·H마트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에 가장 열광하는 세대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받는 Z세대(1996~2010년생)다. 이달 중순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있는 H마트에서 만난 제시카 크로퍼드(21)는 “이곳에 올 때마다 불닭볶음면과 비비고 만두, 냉동 김밥 등을 자주 산다”고 말했다.

K푸드 중에서도 K라면 열풍은 폭발적이다. 올해 수출액이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K라면 수출 선봉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이 회사의 불닭 브랜드는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 브랜드에서 나온다.

"맵부심 즐겨야 Z세대"…틈새시장 넘어선 불닭·H마트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삼양식품은 2021년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를 세우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영업 첫해인 2022년 매출은 4800만달러(약 670억원). 작년엔 1억2200만달러(약 1700억원)로 1년 새 154% 급증했다. 신용식 삼양식품 미국법인장은 “불닭볶음면은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입점했다”며 “코스트코는 600여 곳 가운데 400여 곳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의 힘도 컸다. 지난 3월 미국 유명 여성 래퍼 카디 비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려 화제가 됐고, 뉴욕타임스는 까르보불닭볶음면 품귀 현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K라면이 다양한 인종의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K푸드 열기가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한때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 현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법인장은 “딜로이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불닭볶음면 소비자는 히스패닉이 35~40%, 백인과 흑인, 아시아계가 20%씩으로 특정 소비자층에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인기가 높다”고 했다.

최근 한국계 식료품점인 H마트가 주목받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1982년 뉴욕시의 작은 한인 슈퍼마켓으로 시작한 H마트는 현재 미국 전역에 90여 개 점포를 둔 대형 식료품 체인으로 성장했다. 현지 식품업체 관계자는 “라면, 김밥, 떡볶이 등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라며 “이런 K푸드가 Z세대 등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다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