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로 역사를 쓰다...지속가능 항공유 국내 첫 日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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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항공유(SAF)는 항공의 탈탄소 여정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HD현대오일뱅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SAF를 생산하여 전일본공수(ANA항공)에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국내에서 SAF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를 만났다
[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 케이스 스터디 -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가 지속가능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를 생산해 국내 최초로 일본에 수출했다. 국내 정유사 모두 SAF 개발 및 생산에 공들이고 있지만, 실제로 SAF 생산부터 판매까지 이뤄낸 것은 처음이다. 항공사에 SAF 구매 비율이 의무화되며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 국내 정유업계가 내놓은 첫 가시적 성과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HD현대오일뱅크 R&D센터에서 국내 첫 SAF 생산에 관여했던 바이오에너지사업팀 조창덕 책임과 안현서 책임을 만나 SAF 개발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번 성공이 자신들만의 공이 아님을 강조했다.
신속하게 국제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원료 수급을 위해 발로 뛰고, 실제 정유공장에서 공정을 바꾸고, 판매처를 찾는 등 기획·구매·기술·정책지원·연구소 각 팀 임직원의 긴밀한 협업과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이 이번 성과의 핵심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SAF 규제, 자율에서 의무로
HD현대오일뱅크가 SAF 개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 2020년부터다. 두 사람은 유럽과 미국에서 SAF에 대한 정책적 의무 부담률이나 인센티브 혜택이 생겨날 무렵이었다고 회상했다.
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0년부터 국제항공 분야의 온실가스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선언했다. 항공사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2021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CO2 배출량 50% 감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해인 2021년에는 각국 정부에서 규제 바람이 불었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ReFuel EU Aviation)’ 이니셔티브를 통해 2025년부터 목적지와 관계없이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했다. 2025년부터 SAF 혼합 비율 2%, 2030년 5%를 거쳐 2050년에는 70%에 달할 예정이다.
미국 에너지부도 2030년까지 SAF 생산량을 연간 30억 갤런으로 늘리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발표했다. 또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현지에서 혼합·급유하는 SAF에 1갤런당 1.25~1.7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바이오디젤, 에탄올 등 친환경 대체 연료를 연구 중이었는데, 항공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SAF가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수소, 암모니아 같은 대체 연료를 쓰기에는 에너지 밀도량이 너무 낮고, 전기 배터리를 싣는 전동화를 이루기에도 비행기 특성상 무게 때문에 어려웠죠. 그래서 실무자뿐 아니라 임원들, 지주까지 SAF에 대한 심도 있는 스터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극적인 시기는 2023년 말에 찾아왔다. 2023년 말에는 ICAO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탄소감축 및 상쇄제도인 코시아(CORSIA)를 도입했다. 코시아는 2024~2026년 탄소배출량 감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2027년부터는 SAF 혹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면서 SAF의 매력도가 올라갔다. 가격경쟁력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SAF를 선택하는 항공사가 많아진 것이다. SAF 수요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측됐다. HD현대오일뱅크가 SAF 확장의 ‘결정적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다.
국내에서 SAF를 생산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기존에는 법에 자연산 원유에서만 항공유 같은 석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명시해 SAF를 생산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2023년 말 국회는 ‘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 사업법’ 대상을 친환경 정제 원료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친환경 정제 원료는 ‘석유에서 유래한 것을 재활용하거나 생물유기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석유 정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한 것’으로 규정됐다.
코프로세싱으로 연 길
그렇다면 SAF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현대오일뱅크의 고민이었다. 우선 원료를 정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SAF는 폐식용유나 동식물성 기름, 옥수수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
결국 HD현대오일뱅크가 낙점한 건 폐식용유였다.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하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새롭게 투입하는 원료보다는 폐기물 기반 원료를 궁리했고, 그중에서도 국내 소싱이 가능한 한국산 폐기물을 찾았다. 폐식용유를 수거한 뒤 정제해 판매하는 사업자와 협업하기로 했다. 국내 폐식용유가 많지는 않지만, 조달 가능한 원료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기술 설비도 정해야 했다. SAF, 재생 디젤, 재생 납사 등을 생산하는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 생산 방식의 SAF 전용 생산설비를 만들려면 7000억~8000억 수준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SAF가 규모 경제가 되려면 30만 톤 내외로 보는데, 시장의 개화 시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우선 기존 정유 공정 일부를 전환해 SAF를 생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재료시험협회(SATM)에서 항공유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공정에 대한 정의를 내렸는데, 그중 코프로세싱이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보았다.
코프로세싱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했지만, 기존 공정에 해가 되지 않아야 했다. 아무 공정에나 넣을 수도 없어 후보군 중 최종 수소 첨가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오매스 원료에는 산소(O)가 있기 때문에 수소(H) 첨가 공정에 넣어 물(H2O)을 만들어 산소를 탈락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디하이드로제네션이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공장 관계자들이 기존 공정과 다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공정을 담당하는 팀은 SAF를 이해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코프로세싱은 다만 생산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관건이다. 코프로세싱 방식은 SAF를 현재 석유 총공정의 5%밖에 넣지 못하도록 생산 규모의 제한이 있다. SAF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 시장이 성숙하면 기존 정유 공정 외에도 새로운 설비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코프로세싱을 하면서도 시장 동향을 지켜보며 수소 첨가 설비를 SAF 전용 설비로 하나씩 전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용 설비가 만들어지면 운용비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겠죠. 비싸게 팔면 항공을 이용하는 최종 소비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되니까요. 제작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AF, 변화이자 기회
현재 SAF 가격은 일반 항공유 대비 2~3배 비싸지만, 규모 경제가 발생하면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 사용 측면에서는 일반 원유와 연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1리터의 원유와 SAF를 비교하면 약간의 열량과 폭발력에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성능은 거의 유사하다. 이 때문에 SAF는 일반 급유하는 방식으로 가능하지만, 연비가 다른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중유의 경우 분사하는 엔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여러 번의 실험과 실제 비행 적용으로 안정성도 입증된 바 있다.
글로벌 정유사들도 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SAF를 차세대 수익원으로 보고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전용 설비를 갖추거나, 코프로세싱을 택하고 원료 연구를 강화하는 등 SAF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
벤치마킹 대상을 묻자 “핀란드의 네스테(Neste)”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체적으로 SAF 단독 설비를 다양하게 갖추고,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항공유, 바이오디젤 등을 가장 많이 만드는 기업으로 상업적·친환경적으로도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SAF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기도 하다. SAF 시장이 2030년에는 157억 달러(약 21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금(마케츠앤마케츠), SAF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SAF 글로벌 수요 확대...친환경에너지 사업 확장할 것"
[인터뷰] 최진우 HD현대오일뱅크 RE신사업부문장 상무
- 국내 정유사 중 첫 SAF 생산 및 판매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향후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SAF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시 대응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부 유관 부처(산업부, 국토부, 환경부 등)와 석유협회, 국내 동종사 등 국내 정유업계가 그동안 협력하고 의논해 이룬 성과다. 또 다른 의미는 코프로세싱 생산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신규 공장 증설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기존 고도화 공정을 활용해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 SAF의 글로벌 동향과 수요를 어떻게 전망하나.
“전 세계적으로 항공 분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SAF의 글로벌 수요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행기의 경우 SAF가 아닌 다른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어 중단기적으로는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 SAF가 ‘뉴노멀(new normal)’이 됨에 따라 시장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SAF의 생산 및 판매를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이 있다면.
“SAF 생산을 위해 인허가 검토, ISCC 친환경 인증 획득, 기술 검토, 파일럿 테스트 등을 진행했으며, 유관 부서와 긴밀히 협의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회사 내 SAF 생산 CFT(Cross-Functional Team)을 운영했다.”
- SAF 생산 및 판매에 대해 국내 정부나 사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처럼 세제 혜택을 제공해 기업들이 SAF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높여 사회 전반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중장기 친환경 사업 목표는.
“앞으로 중장기 친환경 사업 목표는 친환경에너지 산업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SAF를 포함해 다양한 바이오연료 사업,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순환경제 사업, 친환경 수소 및 CCS 사업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술혁신과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확장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HD현대오일뱅크의 비전인 ‘친환경에너지로 만드는 깨끗한 미래’를 달성하고자 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HD현대오일뱅크 R&D센터에서 국내 첫 SAF 생산에 관여했던 바이오에너지사업팀 조창덕 책임과 안현서 책임을 만나 SAF 개발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번 성공이 자신들만의 공이 아님을 강조했다.
신속하게 국제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원료 수급을 위해 발로 뛰고, 실제 정유공장에서 공정을 바꾸고, 판매처를 찾는 등 기획·구매·기술·정책지원·연구소 각 팀 임직원의 긴밀한 협업과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이 이번 성과의 핵심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SAF 규제, 자율에서 의무로
HD현대오일뱅크가 SAF 개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 2020년부터다. 두 사람은 유럽과 미국에서 SAF에 대한 정책적 의무 부담률이나 인센티브 혜택이 생겨날 무렵이었다고 회상했다.
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0년부터 국제항공 분야의 온실가스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선언했다. 항공사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2021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CO2 배출량 50% 감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해인 2021년에는 각국 정부에서 규제 바람이 불었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ReFuel EU Aviation)’ 이니셔티브를 통해 2025년부터 목적지와 관계없이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했다. 2025년부터 SAF 혼합 비율 2%, 2030년 5%를 거쳐 2050년에는 70%에 달할 예정이다.
미국 에너지부도 2030년까지 SAF 생산량을 연간 30억 갤런으로 늘리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발표했다. 또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현지에서 혼합·급유하는 SAF에 1갤런당 1.25~1.7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바이오디젤, 에탄올 등 친환경 대체 연료를 연구 중이었는데, 항공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SAF가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수소, 암모니아 같은 대체 연료를 쓰기에는 에너지 밀도량이 너무 낮고, 전기 배터리를 싣는 전동화를 이루기에도 비행기 특성상 무게 때문에 어려웠죠. 그래서 실무자뿐 아니라 임원들, 지주까지 SAF에 대한 심도 있는 스터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극적인 시기는 2023년 말에 찾아왔다. 2023년 말에는 ICAO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탄소감축 및 상쇄제도인 코시아(CORSIA)를 도입했다. 코시아는 2024~2026년 탄소배출량 감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2027년부터는 SAF 혹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면서 SAF의 매력도가 올라갔다. 가격경쟁력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SAF를 선택하는 항공사가 많아진 것이다. SAF 수요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측됐다. HD현대오일뱅크가 SAF 확장의 ‘결정적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다.
국내에서 SAF를 생산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기존에는 법에 자연산 원유에서만 항공유 같은 석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명시해 SAF를 생산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2023년 말 국회는 ‘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 사업법’ 대상을 친환경 정제 원료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친환경 정제 원료는 ‘석유에서 유래한 것을 재활용하거나 생물유기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석유 정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한 것’으로 규정됐다.
코프로세싱으로 연 길
그렇다면 SAF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현대오일뱅크의 고민이었다. 우선 원료를 정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SAF는 폐식용유나 동식물성 기름, 옥수수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
결국 HD현대오일뱅크가 낙점한 건 폐식용유였다.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하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새롭게 투입하는 원료보다는 폐기물 기반 원료를 궁리했고, 그중에서도 국내 소싱이 가능한 한국산 폐기물을 찾았다. 폐식용유를 수거한 뒤 정제해 판매하는 사업자와 협업하기로 했다. 국내 폐식용유가 많지는 않지만, 조달 가능한 원료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기술 설비도 정해야 했다. SAF, 재생 디젤, 재생 납사 등을 생산하는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 생산 방식의 SAF 전용 생산설비를 만들려면 7000억~8000억 수준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SAF가 규모 경제가 되려면 30만 톤 내외로 보는데, 시장의 개화 시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우선 기존 정유 공정 일부를 전환해 SAF를 생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재료시험협회(SATM)에서 항공유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공정에 대한 정의를 내렸는데, 그중 코프로세싱이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보았다.
코프로세싱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했지만, 기존 공정에 해가 되지 않아야 했다. 아무 공정에나 넣을 수도 없어 후보군 중 최종 수소 첨가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오매스 원료에는 산소(O)가 있기 때문에 수소(H) 첨가 공정에 넣어 물(H2O)을 만들어 산소를 탈락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디하이드로제네션이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공장 관계자들이 기존 공정과 다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공정을 담당하는 팀은 SAF를 이해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코프로세싱은 다만 생산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관건이다. 코프로세싱 방식은 SAF를 현재 석유 총공정의 5%밖에 넣지 못하도록 생산 규모의 제한이 있다. SAF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 시장이 성숙하면 기존 정유 공정 외에도 새로운 설비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코프로세싱을 하면서도 시장 동향을 지켜보며 수소 첨가 설비를 SAF 전용 설비로 하나씩 전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용 설비가 만들어지면 운용비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겠죠. 비싸게 팔면 항공을 이용하는 최종 소비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되니까요. 제작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AF, 변화이자 기회
현재 SAF 가격은 일반 항공유 대비 2~3배 비싸지만, 규모 경제가 발생하면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 사용 측면에서는 일반 원유와 연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1리터의 원유와 SAF를 비교하면 약간의 열량과 폭발력에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성능은 거의 유사하다. 이 때문에 SAF는 일반 급유하는 방식으로 가능하지만, 연비가 다른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중유의 경우 분사하는 엔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여러 번의 실험과 실제 비행 적용으로 안정성도 입증된 바 있다.
글로벌 정유사들도 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SAF를 차세대 수익원으로 보고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전용 설비를 갖추거나, 코프로세싱을 택하고 원료 연구를 강화하는 등 SAF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
벤치마킹 대상을 묻자 “핀란드의 네스테(Neste)”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체적으로 SAF 단독 설비를 다양하게 갖추고,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항공유, 바이오디젤 등을 가장 많이 만드는 기업으로 상업적·친환경적으로도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SAF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기도 하다. SAF 시장이 2030년에는 157억 달러(약 21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금(마케츠앤마케츠), SAF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SAF 글로벌 수요 확대...친환경에너지 사업 확장할 것"
[인터뷰] 최진우 HD현대오일뱅크 RE신사업부문장 상무
- 국내 정유사 중 첫 SAF 생산 및 판매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향후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SAF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시 대응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부 유관 부처(산업부, 국토부, 환경부 등)와 석유협회, 국내 동종사 등 국내 정유업계가 그동안 협력하고 의논해 이룬 성과다. 또 다른 의미는 코프로세싱 생산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신규 공장 증설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기존 고도화 공정을 활용해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 SAF의 글로벌 동향과 수요를 어떻게 전망하나.
“전 세계적으로 항공 분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SAF의 글로벌 수요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행기의 경우 SAF가 아닌 다른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어 중단기적으로는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 SAF가 ‘뉴노멀(new normal)’이 됨에 따라 시장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SAF의 생산 및 판매를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이 있다면.
“SAF 생산을 위해 인허가 검토, ISCC 친환경 인증 획득, 기술 검토, 파일럿 테스트 등을 진행했으며, 유관 부서와 긴밀히 협의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회사 내 SAF 생산 CFT(Cross-Functional Team)을 운영했다.”
- SAF 생산 및 판매에 대해 국내 정부나 사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처럼 세제 혜택을 제공해 기업들이 SAF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높여 사회 전반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중장기 친환경 사업 목표는.
“앞으로 중장기 친환경 사업 목표는 친환경에너지 산업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SAF를 포함해 다양한 바이오연료 사업,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순환경제 사업, 친환경 수소 및 CCS 사업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술혁신과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확장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HD현대오일뱅크의 비전인 ‘친환경에너지로 만드는 깨끗한 미래’를 달성하고자 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