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때 MBTI 물어보지 마세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CHO Insight
‘최복동’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을 줄인 신조어다. 그만큼 함께 일하는 동료가 주는 가치가 중요한 요즘, 주변에서 빈번하게 들려오는 채용 실패 사례와 채용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중점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A사의 경력직 마케터 채용이 있었다. 서류 전형에서 국내 주요 대학과 전공을 수치화해 점수에 반영했다. 또 이력에서는 경력의 세부적인 기술보다는 출신 회사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서류 전형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명문대를 졸업하고, 전 국민이 아는 대기업 출신 지원자가 1순위로 면접 대상자가 되었다. 하지만 면접 결과는 만장일치 ‘불합격’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회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재를 정의한다. 업종, 규모, 채용 포지션과 유사 업무 또는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의 성향과 소속 팀의 일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속이나 한 듯 많은 서류 검토자가 먼저 확인하는 부분은 학력과 경력이다.
학력은 유년 시절의 성실성을 미뤄 짐작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거기서 멈춰야 한다. 일하는 현장에서는 흔히 말하는 ‘공부머리’와 ‘일머리’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서류를 검토할 때 출신 학교와 출신 회사가 주는 후광 효과를 경계하는 동시에, 보다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회사에서 정한 기준이다. 채용하려는 직무의 주요 업무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적정 연차, 지원 자격, 우대 사항 등에 대해 회사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만 한다. 두 번째는 지원자의 이력 및 경력의 세부 기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서류 단계에서 이 두 가지가 병행돼야 업무와 지원자의 적합도를 높일 수 있다.
#B사에서 콘텐츠 디자이너 면접을 진행했다. 이력서에 적힌 연차와 근속 연수,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채용을 확정했다. 하지만, 입사 후 수습 종료를 놓고 정당성을 다투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사가 7년차 콘텐츠 디자이너에게 기대한 수준과 그동안 지급한 연봉에 비해, 실제 채용자의 역량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채용자는 면접 시 프로젝트 참여 여부만을 말했을 뿐 구체 역할이나 기여도는 언급한 적이 없고, 본인이 생각하는 7년차 업무보다 회사가 요구하는 것이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면접관이 주로 범하는 실수는 첫 번째, 사실 여부를 확인할 때 객관적인 지표나 정보에 따른 판단이 아닌 자기 참조 효과나 연공 오류에 빠진다는 것이다. 본인의 생각을 기반으로 평가하거나 연차, 근무 기간만을 우선 고려해 판단할 경우 위 사례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실수는 직무 적합도나 역량 검증이 빠진 채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 맞는지만 확인하는 것이다. 위 사례처럼 면접 시 프로젝트 기여도와 수행 업무 등 구체적인 경력 사항과 역량을 검증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프로젝트 참여 사실 여부보다는 과정과 결과, 기여도 측면에서의 성과 검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요즘 면접 전형에서는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고, 꼭 필요한 사람을 채용하려는 방법 중 하나로 ‘조직 문화 적합성’, 이른바 컬처핏 면접이 주목받고 있다. 조직이 가진 고유한 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욕구가 잘 드러나는 면접 유형이다.
가끔 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팀의 목표 달성과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결국 특출난 한 명보다는 조직에 잘 맞는 인재가 더 중요하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특정 악기의 소리보다 하모니가 만들어 내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과 비슷하다.
MBTI 진단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서로의 유사성이나 다름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면접 시 MBTI 유형을 물어보거나 채용 공고에 특정 MBTI 유형을 언급하기도 한다. 다만, MBTI는 자신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지원자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조직과의 적합성을 가릴 수 있는 근거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의 심리학자 조셉 루프트와 해리 잉햄이 제시한 ‘조하리의 창(Johari Window)’ 이론에는 나와 타인의 관계 속에서 알 수 있는 모습을 네 개의 창으로 구분한다. 그 중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아는 나의 모습을 맹인 영역(Blind area)이라 지칭하는데, 회사에서는 이 영역을 확인하면 채용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컬처핏 면접에서는 일종의 맹인 영역에 해당하는 인적 데이터인 평판 조회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평판 조회는 지원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 혹은 선후임이 작성하는 정보로, 지원자의 일하는 방식과 성향, 커뮤니케이션 역량 및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환경 등 조직 안에서 비춰진 지원자를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AI가 자기소개를 대신 작성해주고 이력서를 첨삭해주는 현대사회. 결국 ‘성공적인 채용’ 가능성을 높이려면 회사와 지원자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회사가 필요한 인재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지원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치밀한 이력 검증이 이뤄진다면, 이는 멀리 떨어진 둘 사이에 놓일 튼튼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천지현 스펙터 인사팀장
#A사의 경력직 마케터 채용이 있었다. 서류 전형에서 국내 주요 대학과 전공을 수치화해 점수에 반영했다. 또 이력에서는 경력의 세부적인 기술보다는 출신 회사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서류 전형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명문대를 졸업하고, 전 국민이 아는 대기업 출신 지원자가 1순위로 면접 대상자가 되었다. 하지만 면접 결과는 만장일치 ‘불합격’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회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재를 정의한다. 업종, 규모, 채용 포지션과 유사 업무 또는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의 성향과 소속 팀의 일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속이나 한 듯 많은 서류 검토자가 먼저 확인하는 부분은 학력과 경력이다.
학력은 유년 시절의 성실성을 미뤄 짐작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거기서 멈춰야 한다. 일하는 현장에서는 흔히 말하는 ‘공부머리’와 ‘일머리’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서류를 검토할 때 출신 학교와 출신 회사가 주는 후광 효과를 경계하는 동시에, 보다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회사에서 정한 기준이다. 채용하려는 직무의 주요 업무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적정 연차, 지원 자격, 우대 사항 등에 대해 회사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만 한다. 두 번째는 지원자의 이력 및 경력의 세부 기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서류 단계에서 이 두 가지가 병행돼야 업무와 지원자의 적합도를 높일 수 있다.
#B사에서 콘텐츠 디자이너 면접을 진행했다. 이력서에 적힌 연차와 근속 연수,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채용을 확정했다. 하지만, 입사 후 수습 종료를 놓고 정당성을 다투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사가 7년차 콘텐츠 디자이너에게 기대한 수준과 그동안 지급한 연봉에 비해, 실제 채용자의 역량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채용자는 면접 시 프로젝트 참여 여부만을 말했을 뿐 구체 역할이나 기여도는 언급한 적이 없고, 본인이 생각하는 7년차 업무보다 회사가 요구하는 것이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면접관이 주로 범하는 실수는 첫 번째, 사실 여부를 확인할 때 객관적인 지표나 정보에 따른 판단이 아닌 자기 참조 효과나 연공 오류에 빠진다는 것이다. 본인의 생각을 기반으로 평가하거나 연차, 근무 기간만을 우선 고려해 판단할 경우 위 사례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실수는 직무 적합도나 역량 검증이 빠진 채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 맞는지만 확인하는 것이다. 위 사례처럼 면접 시 프로젝트 기여도와 수행 업무 등 구체적인 경력 사항과 역량을 검증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프로젝트 참여 사실 여부보다는 과정과 결과, 기여도 측면에서의 성과 검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요즘 면접 전형에서는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고, 꼭 필요한 사람을 채용하려는 방법 중 하나로 ‘조직 문화 적합성’, 이른바 컬처핏 면접이 주목받고 있다. 조직이 가진 고유한 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욕구가 잘 드러나는 면접 유형이다.
가끔 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팀의 목표 달성과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결국 특출난 한 명보다는 조직에 잘 맞는 인재가 더 중요하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특정 악기의 소리보다 하모니가 만들어 내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과 비슷하다.
MBTI 진단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서로의 유사성이나 다름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면접 시 MBTI 유형을 물어보거나 채용 공고에 특정 MBTI 유형을 언급하기도 한다. 다만, MBTI는 자신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지원자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조직과의 적합성을 가릴 수 있는 근거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의 심리학자 조셉 루프트와 해리 잉햄이 제시한 ‘조하리의 창(Johari Window)’ 이론에는 나와 타인의 관계 속에서 알 수 있는 모습을 네 개의 창으로 구분한다. 그 중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아는 나의 모습을 맹인 영역(Blind area)이라 지칭하는데, 회사에서는 이 영역을 확인하면 채용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컬처핏 면접에서는 일종의 맹인 영역에 해당하는 인적 데이터인 평판 조회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평판 조회는 지원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 혹은 선후임이 작성하는 정보로, 지원자의 일하는 방식과 성향, 커뮤니케이션 역량 및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환경 등 조직 안에서 비춰진 지원자를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AI가 자기소개를 대신 작성해주고 이력서를 첨삭해주는 현대사회. 결국 ‘성공적인 채용’ 가능성을 높이려면 회사와 지원자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회사가 필요한 인재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지원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치밀한 이력 검증이 이뤄진다면, 이는 멀리 떨어진 둘 사이에 놓일 튼튼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천지현 스펙터 인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