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해 24일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을 다시 거머쥐어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고 당의 ‘일극체제’를 대선 직전까지 끌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며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민주당과 제가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어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지에 대해선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당 대표직을)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차기 당권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후보 등록을 하려면 지역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이날 이 대표가 사퇴하면서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주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후보자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 대표가 연임 도전 결심을 굳힌 건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당 대표직이 도움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돼 총 4개 사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대표가 거대 야당의 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민주당의 ‘정치검찰의 사법 조작’ ‘정적 제거용 왜곡 수사’ 주장 프레임에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당의 ‘단일대오’도 유지할 수 있다. 당 대표 임기는 2년으로, 이 대표가 연임하면 대선 7개월여 전인 2026년 8월까지 당권을 휘두를 수 있다. 최근 바꾼 당헌·당규의 예외 규정을 적용하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고 그해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총선 압승으로 당 주도권이 이 대표에게 넘어왔지만 2년 더 당권을 유지하면 당의 DNA까지 완전히 바꾼 친정 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친명(친이재명)계 강선우 의원은 이날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을 주장하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의원도 “이 대표와 함께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