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두고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4년 만에 ‘미흡(D)’ 등급에서 벗어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계속된 악재에도 이직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낙제점을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다.21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보통’에 해당하는 C등급을 받았다. 직전까지 3년 연속 D등급을 받았는데, 4수 만에 명예 회복에 성공한 것이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직원의 성과급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이한준 사장이 “정부와 협의해 LH 특성을 반영한 재무구조 이행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고 언급하는 등 경영평가 회복에 나선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LH는 3년 연속 D등급 평가로 2021년부터 직원이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 사이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비롯해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인수 등 위기 때마다 정부의 소방수 역할을 하며 업무가 가중됐다. 지난해 LH의 이직률은 남성 5.7%, 여성 3.5%로 다른 공기관보다 높았다. 이번 평가로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HUG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D등급을 받았다. HUG는 PF 보증 확대 등 부동산 시장 회복 역할에 더해 전세사기 피해 지원 등 업무가 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든든전세’를 통해 1만 가구 매입임대 공급 역할까지 떠맡았다. 연이은 경영평가 낙제점에 유병태 사장이 경고까지 받아 내부 분위기는 침체한 상황이다. 한 직원은 “역할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에 맞는 정성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4년 연속 낙제점(D-E-E-D)을 받은 코레일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코레일은 안전과 부채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중대산업재해가 4건 발생했지만, 작년엔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부채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게 내부 목소리다.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13년째 KTX 요금을 동결한 게 재무 불안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유오상/이인혁 기자 osyoo@hankyung.com
정부가 내년까지 전국에 매입임대주택 4만 가구를 추가해 총 12만 가구를 공급한다.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전·월세 주택 공급 물량을 늘려 서민·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국토교통부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25년까지 ‘매입임대주택 12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애초 계획인 8만 가구보다 4만 가구 늘어난 규모다. 구체적으로는 신축 매입임대 방식으로 7만5000가구,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신축 든든전세 1만5000가구,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기축 든든전세 1만 가구, 기축 매입임대 2만 가구를 공급한다. 이번 공급 물량의 70%에 달하는 8만7500가구는 수도권에 집중된다. 연립과 다세대,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가 주요 매입 대상이다. 도심 내 선호 지역에 신축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시기별로는 올해 기존보다 1만3500가구 늘어난 5만3500가구(신축 3만5000가구, LH 5000가구, HUG 3500가구, 기축 1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내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6만6500가구(신축 4만 가구, LH 1만 가구, HUG 6500가구, 기축 1만 가구)가 나온다.정부는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민간의 비아파트 공급이 침체한 상황을 고려해 매입 가격은 높이고 세제 혜택은 강화해 건설업계 참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선 건설회사의 토지·주택 취득 때 취득세 감면율을 기존 10%에서 15%로 확대한다. 법인의 토지 양도세 추가세율(10%) 배제 일몰 기한도 올해에서 2027년까지 연장한다.건설 원가 상승을 반영해 매입가 대비 66%에 그치는 정부 지원 매입 단가도 대폭 높여 현실화할 방침이다. 투자심사 속도를 높이고 매입 기준도 완화할 예정이다. 민간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LH 신축 매입에만 적용되던 HUG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지방공사·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하기로 했다.정부는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하반기 관련 규제 완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건설사의 취득세 감면율 확대 등은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기관이 초고령 사회 대비에 분주하다. 70대 이상 고령 인구가 이미 20대 인구를 넘어섰고, 병간호 수요는 넘치는 상황에서 맞춤형 주거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LH는 당장 올해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고령자 복지주택 물량을 2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동시에 중산층을 위한 시니어타운과 맞춤형 주거복지서비스 등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LH 고령자 복지주택 확대12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전국 62곳에서 6330가구의 고령자 복지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준공 물량만 2400가구에 달한다. LH는 시니어 인구의 주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부터 고령자 복지주택을 건설해 왔다.고령자 복지주택은 주택 상층부에는 고령자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이, 저층부에는 사회복지시설이 결합한 형태다. 건설과 운영은 LH가 맡고, 저층부의 사회복지지설 운영은 지자체가 담당한다. 사회복지시설엔 헬스케어실과 체력단련실, 물리치료실, 교양강좌실, 텃밭 등이 포함된다. 주거와 복지 서비스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평가받는다.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시흥 은계 고령자 복지주택이다. 주택 내부에 어르신 동작감지 안심센서를 비롯해 복도 안전 손잡이, 주방의 좌식 싱크대, 욕실의 높낮이 조절세면대 등 입주자 안전을 고려한 특화설계가 적용됐다. 사회복지시설에선 건강지원실과 헬스케어, 스마트 기기와 연결한 사물인터넷(IoT) 돌봄서비스가 제공된다. 입주자 개인별 건강 취약점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건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LH는 올해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과 협업해 건강생활지원센터를 복지주택 내에 유치해 서비스를 강화한다. 주택 내 응급호출기와 활동량 감지기 등을 통해 119와의 연계 서비스도 확대해 24시간 실시간·비대면 돌봄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공공 주도 시니어 주거 속속 나온다LH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니어 주거 대안도 마련 중이다. 일반인에게 주식 형태로 민간 투자자금을 모으는 헬스케어리츠를 활용해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는 것이다. 중산층 고령 가구도 입주할 수 있도록 공공이 먼저 물꼬를 트는 셈이다. LH는 지난 4월 경기 화성 동탄2지구에 조성되는 헬스케어리츠 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고, MDM플러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8만㎡ 부지에 시니어주택 2550가구와 의료시설, 커뮤니티, 복지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LH가 시니어 주거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은 그만큼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는 139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7.2%를 넘어섰다. 고령자 인구 비중은 2030년에 33.5%, 2050년에는 47.1%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 인구 증가로 앞으로 부모 병간호에 소득 60% 이상을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은 “내년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지만 고령자를 위한 주택은 전체의 2%에 불과한 게 현실”이라며 “고령자의 안락한 주거와 건강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수도권 도시공사도 시니어용 주거 모델 개발에 잰걸음이다. SH공사는 강원도와 ‘골드시티’ 업무협약을 맺고 삼척 등지에서 공동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청장년과 은퇴자 등 서울 시민에게 자연과 도시 인프라를 갖춘 지방 도시 내 주택을 제공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청년 또는 신혼부부에게 재공급하는 사업이다. GH도 경기도에 특화된 시니어주택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유오상/이유정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