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현지 경찰들이 대(對)테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전날 오후 다게스탄 데르벤트 지역의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성당에 괴한들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같은 날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에선 괴한들이 경찰서와 정교회 성당을 습격했다. 잇따른 테러 공격으로 경찰관 15명과 정교회 신부 등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무기 관련 무기 기술을 제공하면 우리 정부도 제한 없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경고로 풀이된다.이날 KBS TV방송에 출연한 장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와 관련해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지원으로 “정밀 무기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향후 한·러 관계에 관해 장 실장은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최근 러시아는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당초 우리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인 북·러 군사동맹이 체결되자 ‘러시아 정밀 군사기술의 북한 이전’을 이른바 ‘2차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러시아가 2차 레드라인마저 넘으면 한국이 탱크와 자주포 등 공격용 무기도 우크라이나에 적극 지원한다는 의미다. 러시아 역시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비(非)지원을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상태다. 국내 한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아르메니아 등 동맹국에도 그동안 핵·우주기술 공여에 소극적이었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해·공군 자산 성능 개량을 해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뜻 핵무기 및 ICBM 기술 이전을 해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외교가에선 북·러의 군사 밀착에 따라 북한이 자국 병력을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네츠크와 헤르손 등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병합한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될 수 있다는 평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병으로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을 거쳐 보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9일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대(對)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면서 한·러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베트남에서 “한국이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국은 21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자국산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이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한·러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레드라인 넘나드는 한·러외교가는 러시아가 사실상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북한과 체결한 것에 대해 ‘1차 레드라인’을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대통령실이 20일 가능성을 시사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러시아가 우리 측에 긋고 있는 레드라인이다.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 무기 기술을 실제로 이전하고 합동 군사훈련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러시아가 ‘2차 레드라인’을 건넌 것으로 간주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구체적 방안은 러시아 측이 어떻게 응하는지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한 상태여서 러시아가 한국의 개입이라는 변수를 만들고 싶어 하진 않을 것”이라며 “한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에 포탄뿐 아니라 자주포 탱크 등 정밀 타격 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카드를 활용해 러시아 군사 기술의 북한 이전을 막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북·러 우호 관계는 계속될 듯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시들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무기 거래 등에서 협력할 동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전통적 우호국을 중심으로 한 ‘다극화된 국제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반미 연대’로 뭉친 북·러의 결속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더 많다.반면 손상된 한·러 관계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러시아가 한반도 정책에서 남북 등거리 외교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균형추를 북한으로 옮긴 건 분명하다”며 “당장은 어렵더라도 북극 항로, 동해 공동개발 등 경제 분야에서 협력 분야를 찾아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달 말 실시되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가 새 북·러 조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약 3조는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 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면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 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이 한·미·일 훈련을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러시아에 협상을 요구하면 북·러가 연합훈련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체결한 ‘상호방위 군사조약’ 전문을 공개했다. 유사시 러시아가 한반도에 군사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동북아시아 내 안보 위협이 증폭됐다는 해석이 나온다.북·러 조약 전문에서 가장 우려되는 항목은 4조다.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문구는 ‘자동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어 양국 간 군사동맹이 28년 만에 복원됐다는 평가다.자동군사개입 조항은 북한이 옛 소련과 1961년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동맹조약)에 담겨 있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동맹조약은 1996년 폐기됐다. 이후 2000년 북·러 간 체결된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즉각 접촉한다’는 이전보다 낮은 수준의 내용이 포함됐다.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약이) 1961년 자동군사개입 조항과 다른 건 유엔헌장과 국내법을 언급한 완충장치뿐”이라며 “북·러 간 ‘상호방위조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러가 언급한 ‘유엔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때 자위권을 가진다는 조항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개입 길이 열린 것”이라며 “염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61년 북한과 소련이 맺은 조약 수준에는 못 미친다”며 “자동 군사 개입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 상호 지원을 얘기하고 있어 동맹에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북·러 밀착으로 안보 환경이 바뀌면서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전 계획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의 개입 차단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1961년 체결된 북·중 우호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군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해 동해나 북한 영토에서 북·러 연합군이 훈련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미가 모두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