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메타와의 인공지능(AI) 분야 제휴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발표한 자사 AI 시스템에 메타의 생성형 AI를 통합하는 게 핵심이다. ‘AI 후발주자’로 꼽히는 애플이 오픈AI에 이어 메타까지 동맹에 편입하는 게 현실화하면 글로벌 AI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자사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에 메타의 생성형 AI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메타뿐 아니라 구글과 AI 스타트업 앤스로픽, 퍼플렉시티 등과도 협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애플은 지난 10일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자사 음성 비서 ‘시리’에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한다고 발표하며 제휴 업체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애플과 메타의 AI 동맹은 이례적이다. 두 회사가 오랜 시간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2021년 아이폰 개인정보 보호 방침을 변경하자 메타가 1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애플은 자사 결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 플랫폼 업체들의 앱 광고 수익의 30%도 수수료로 가져가겠다고 밝혀 메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두 회사는 오랜 갈등에도 불구하고 제휴가 ‘윈윈’하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최신 AI 모델을 갖춰 기기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메타는 애플 기기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지난해부터 고도화를 거듭하는 자사 AI 모델을 대폭 확대할 수 있어서다. WSJ는 “애플과 협상을 진행 중인 AI 업체들은 서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주요 기업 사이에 실현되기 어려워 보였던 동맹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AI 사업에 늦게 뛰어든 만큼 다양한 업체의 AI 모델을 모두 자사 기기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와 제휴해 오픈AI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앞서 오픈AI 이외의 업체로 제휴를 확대할 경우 사용자가 어떤 AI 모델을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진 먼스터 딥워터애셋매니지먼트 이사는 “오픈AI는 애플과의 파트너십으로 인프라 비용이 30~40% 늘어나지만 챗GPT 사용량은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업체들이 애플과의 제휴로 수십억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