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이 연매출 1조원 규모 식자재·위탁급식 업체인 푸디스트를 전격 인수했다. 지난 2월 미국계 전분당업체인 사조CPK(옛 인그리디언코리아)에 이어 또다시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것이다. 사조그룹은 올해 매출이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CJ와 동원그룹에 이어 식품업계 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사조, 매출 1조 푸디스트 품다…'식품 빅3'로 우뚝

‘식자재왕’ 푸디스트 인수

24일 사조그룹은 계열사인 사조오양과 사조CPK를 통해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푸디스트 지분 전량(99.86%)을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인수대금은 2520억원이다.

푸디스트는 국내 6위 식자재·위탁급식업체다. 원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식자재유통·단체급식 사업 부문이었다가 2020년 한화그룹이 VIG파트너스에 1000여억원에 매각하면서 독립했다. 지난해 매출 1조291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

푸디스트는 중소 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식자재 유통업에 강점이 있다. 작년 매출의 75%가량이 식자재 유통에서 나왔다. 푸디스트의 식자재 전문 브랜드 ‘식자재왕’은 자체 상품으로 시작했다가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아 다른 식자재마트와 e커머스 채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푸디스트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위탁급식 사업은 기업체와 병원, 군부대 등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사조그룹은 푸디스트 인수로 기존 농수축산, 식품 제조에 이어 식자재·급식까지 아우르는 식품산업 전반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하게 됐다.

앞으로 사조그룹은 푸디스트가 보유한 전국 6개 권역 물류센터 및 13개 식자재왕마트 등을 통해 기존 식품 제조업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나설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식자재 공급과 구매는 물론 그룹 전반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브랜드 전략도 다양하게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지홍 “올해 매출 6兆 목표”

사조그룹은 올 들어 사조CPK를 384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푸디스트라는 ‘대어’ 인수에 성공하면서 ‘M&A 강자’의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사조그룹은 2004년 신동방(현 사조해표), 2006년 대림수산(사조대림), 2007년 오양수산(사조오양), 2010년 남부햄(사조남부햄), 2016년 동아원·한국제분(사조동아원)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덩치를 키워왔다.

이번 푸디스트 인수는 이례적으로 매각 측인 VIG파트너스가 공개입찰에 들어가기 전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홍 총괄부회장(47)이 푸디스트 인수를 주도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75)의 장남인 주 부회장은 2011년 사조해표에 입사해 2015년부터 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주 부회장은 “그룹 시너지와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올해 그룹 매출 6조원 달성, 향후 5년 내 10조원 규모의 외형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식품업계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식품그룹 매출 순위(운송기업 제외)는 CJ, 동원, 대상, 사조 순이었다. 3위인 대상그룹(5조2594억원)과 4위 사조그룹(4조1295억원) 간 격차는 1조원이 넘었다. 하지만 올해 사조그룹이 작년 매출 4244억원을 기록한 사조CPK와 1조원을 넘긴 푸디스트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전체 매출이 순식간에 1조5000억원가량 불어난 것이다. 각 기업이 올해 작년 수준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사조그룹 매출은 5조5000여억원으로 대상그룹을 제치고 식품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