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주공장, 수소 전진기지로…"중국산 저가 공습 대응"
현대자동차가 상용차를 만드는 전북 전주공장을 수소 버스·트럭 생산 전진기지로 변신시키기로 했다. 수소버스를 앞세워 저가 전기버스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동석 현대차 대표(사장)는 최근 노동조합 간부들과 만나 전주공장 안정화 방안과 관련해 “회사에서 (전주공장 가동률 하락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전주공장 방향성은 수소로 정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지난해 3만9934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전주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이 연 10만 대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공장 가동률이 40%에 불과한 셈이다. 현대차 전주공장에선 대형버스, 대형트럭, 쏠라티, 중형트럭, 카운티, 스타리아 등이 생산된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중국산 저가 전기버스의 공습과 볼보 등 유럽 트럭 브랜드의 선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팔린 중국산 대형 전기버스는 1372대(점유율 50.9%)로, 전체 판매의 절반을 넘어섰다. 중국산 대형 전기버스가 연간 판매량에서 국산을 앞선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올 들어선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한국산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대형 버스는 1~5월 국산 판매량이 500대로 중국산(318대)을 재역전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경형·소형 전기 버스까지 더한 전체 실적은 중국산(638대)이 국산보다 많다.

게다가 트럭 시장에서는 볼보, 만,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브랜드의 추격이 거세다. 대형 트럭 부문 수입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3037대로 국산 판매량(3677대)을 바짝 쫓고 있다.

현대차가 전주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수소 모빌리티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수소차는 현대차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특히 트럭·버스 등 대형 상용 수소 전기차는 수소 생태계 확산의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대형 수송 차량은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하는 것이 전기차용 배터리보다 무게 및 주행 거리에서 더 효과적이다.

현대차는 전주공장에서 수소연료로 움직이는 광역·통근버스를 생산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수소전기버스 연간 생산 능력을 기존 500대에서 3100대로 늘렸다. 또한 연내 수소 트럭 엑시언트에 기반한 자동차 운반트럭과 냉동탑차, 트레일러 운반트럭 등의 생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밖에 수소 고속버스와 수소 저상광역버스를 2027년까지 개발해 전주공장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