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삼성식 조직진단’ 제도를 도입해 전면적인 기업문화 개선에 나선다. 최근 우리은행의 ‘대출금 횡령’ 사태 등 내부통제 부실로 느슨해진 조직을 다잡기 위한 조치다. 우리투자증권 출범 등 그룹 덩치가 커지면서 조직 건강도를 다시 진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도 녹아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그룹사 전체 직원이 참여하는 ‘기업문화 건강도 진단 시스템(W-OHI·Woori Organization Health Index)’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삼성의 ‘글로벌 조직건강도진단(SCI)’ 프로그램을 벤치마크한 것이다. 삼성은 매년 해외에 흩어져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전 조직의 건강등급을 평가하고 개선 과제를 도출한다.

우리금융이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조직 진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주사를 포함해 15개 자회사가 매년 W-OHI에 참여할 예정이다. 설문에는 인사제도의 공정성, 기업문화에 대한 만족도, 혁신 과제 업무의 적정성 등이 담겨 있다.

우리금융은 이달까지 전 그룹사 직원을 상대로 조직 진단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회사별로 맞춤형 처방에 따른 개선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사건·사고 방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금융그룹도 조직 내부통제와 기업문화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은행 경영실태 평가에서 내부통제를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하고, 평가 비중을 대폭 상향(5.3%→15%)하기로 하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들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그룹 내 비상대책 컨트롤타워를 두는 등 특단의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