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특화 카드’(트래블카드)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카드업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올해 들어서만 신한·KB국민·우리카드가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며 4대 금융그룹 카드 계열사들이 일제히 경쟁에 참전했다. 해외여행 및 직구 수요가 폭발하면서 카드사의 신규 고객 확보 수단으로 트래블카드가 급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업계 하위권인 하나카드가 올해 해외 결제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약자의 반란’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여행객 사이 입소문 폭발…'1조5000억' 잭팟 터졌다

하나, 체크카드 점유율 52%

24일 여신금융협회가 매달 집계해 발표하는 카드 이용 실적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업 8개 카드사(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하나·우리·BC)의 개인회원 해외 결제 금액은 7조4861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5조8480억원) 대비 28.0% 증가했다. 신용카드(일시불 기준)와 체크·직불카드 해외 결제 금액이 각각 5조5915억원, 1조8946억원을 기록했다.

자산 규모 업계 7위인 하나카드가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나카드의 올해 1~5월 신용·체크·직불카드를 통한 해외 결제 금액은 총 1조4803억원으로 점유율은 19.8%였다. 이 기간 체크카드 점유율은 52.0%에 달했다. 하나카드가 2022년 6월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하나카드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1~5월 하나카드 해외 결제 점유율은 13.8%로 5위에 그쳤다. 올해 들어 점유율을 6%포인트 끌어올리며 ‘트래블카드 대전’의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트래블로그 카드 출시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엔데믹 이후 각종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발급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결제 점유율 2위는 신한카드(19.2%)였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서 각각 점유율 3위, 2위를 차지해 골고루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 뒤로 현대카드(18.0%·점유율), KB국민카드(14.7%), 삼성카드(13.3%) 등이 3~5위를 차지했다. 신용카드만 놓고 보면 현대카드(1조3377억원)의 점유율이 23.9%로 가장 높았다.

은행·카드사 ‘록인’ 기대

올해 카드사들은 무료 환전 및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앞세운 카드를 출시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신한카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2월) △KB국민카드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4월) △삼성카드 ‘iD 글로벌 신용카드’(4월) △우리카드 ‘위비트래블 체크카드’(6월) 등이 쏟아졌다. 수수료 면제뿐 아니라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국내외 캐시백 등 혜택도 대폭 강화했다. 일각에서 ‘출혈 경쟁’ ‘역마진’ 우려가 나올 정도다.

올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가 내놓은 트래블카드는 은행의 외화통장과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의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선 신한은행에서 전용 계좌를 터야 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뿐 아니라 은행에도 트래블카드는 고객 확보를 위해 중요한 상품”이라며 “기존 고객을 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