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됐다가 취소될 예정인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경매에 4301억원을 써낼 때 주주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금 확보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단 낙찰부터 받자’는 식으로 높은 입찰가를 던졌다는 얘기다.
[단독] 제4이통 4300억 베팅…주주 사전동의 없었다

과도한 낙찰가부터 삐걱

24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기 위한 경매에서 주요 주주에게 입찰가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경쟁한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이 주주 동의를 받아 입찰가를 써낸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정부의 제4이동통신사 주파수 경매는 742억원으로 시작, 5일 차 밀봉입찰을 거쳐 4301억원에 종료됐다. 통신3사가 이 주파수를 산 가격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 진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경매 최저가를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효과가 사라졌다. 당시 스테이지엑스는 “30년 만에 올까 말까 한, 제4통신사 지위를 얻을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과감하게 베팅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자를 약속한 컨소시엄 참여 주주들은 스테이지엑스가 4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스테이지엑스가 베팅 금액을 올리는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업체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법령이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주요 구성 주주들이 서약한 사항도 지키지 못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할당 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 2050억원에 현저히 미달하는 550억원만 납입했다. 지난 13일 기준 스테이지엑스의 법인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밀실 베팅’에 주주들 등 돌려

대부분의 주주가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다는 것도 신청 취소 사유 중 하나다.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여섯 곳 중 추가 자본금을 낸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 한 곳뿐이다. 업계에선 스테이지엑스가 주주 동의를 구하지 않고 4000억원 이상을 베팅하면서 신뢰가 깨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사의 주요 주주는 야놀자, 더존비즈온 등이다.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KAIST,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은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지엑스가 최대 4000억원의 정책금융과 세액공제 등을 무기 삼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28㎓ 사업권을 놓고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스테이지엑스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 스테이지엑스 후보 자격 취소와 관련한 질의를 할 예정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