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을 잇는 중앙선 준고속열차 ‘KTX-이음’의 정차역을 놓고 울산과 부산 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24일 코레일에 따르면 KTX-이음은 2021년 1월 중앙선 노선을 따라 1단계 구간(청량리~안동)을 개통해 운행 중이며 올해 말 안동~영천 구간이 완공되면 울산, 부산을 지나는 동해선과 연결된다. 서울에서 부산 종점까지 가는 데 약 3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께 정차역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울산에서는 북구와 울주군,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기장군, 동래구 등이 정차역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산 내에서는 울산~부산 간 동해선 광역전철의 시·종착역인 남구 태화강역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동해선 전철역을 보유한 북구와 울주군이 추가 정차역 유치를 위해 경쟁 중이다.울산 북구는 북울산역의 경제성과 정책적 타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철로와 역사 등이 확보돼 있어 추가 건설 비용이 들지 않고, 광역전철 연장 운행 등으로 장래 교통 수요 증가가 예상돼 경제적·정책적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박천동 북구청장은 “민간 차량 공유 기업 쏘카의 차량 빅데이터 분석 결과, 북울산역 정차 시 연간 42만4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인근 경주권을 감안하면 이용 수요는 충분하다”고 자신했다.울주군은 남창역 역시 추가 건설 비용 없이 정차할 수 있는 점을 앞세웠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온산공단에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돼 앞으로 유동 인구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KTX-이음의 남창역 정차는 울주군 남부권 신도시 개발과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부산 기장군은 전 군민이 참여하는 유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KTX-이음 정차역으로 지정되면 정관·일광·장안 신도시 성장에 따른 교통 수요에 대응할 수 있고, 부산·울산·경남 광역철도와 연계한 교통 순환망이 구축돼 부산 도심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해운대구는 해운대해수욕장과 핵심 전시시설인 벡스코 등 관광시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해운대역과 센텀역 두 곳의 정차를 요구하고 있다.일부 교통 전문가는 “무리하게 정차역을 많이 두면 역 간 거리가 지나치게 짧아져 준고속열차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당장의 경제성보다 국토 균형 발전과 미래 교통 중심 도시로의 발전 가능성 등에 무게를 두고 정차역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유치 경쟁을 예고했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다음달 KT가 기업 간 거래(B2B)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1년에 한 번 연말에 이뤄지던 조직 개편 틀을 깬 조치다. 업계에서는 김영섭 KT 대표(사진)가 ‘칼’을 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선통신 가입자가 정체된 가운데 수익성까지 제자리걸음을 하자 ‘여름 조직 개편’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익 포트폴리오 새로 짠다21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다음달 일부 사업본부를 통합하고 재편하는 조직 개편에 나선다. 매년 11월께 실시하던 정기 조직 개편과 성격이 다르다. 김 대표는 사업성이 낮은 조직을 통폐합하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전진 배치하는 그림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B2B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과 미디어 관련 사업에 방점이 찍혔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회사 3대 핵심 사업으로 통신·AI·미디어를 점찍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주력 사업인 통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나머지는 곁다리 정도였다”며 “AI, 미디어 분야 조직을 키워 균형을 맞추고 더 건강한 체질을 만들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KT 내 AI 조직으로는 AI연구소, AI2X랩, AI테크랩 등이 있다. 이번 조직 개편에선 각 조직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이달 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AI·클라우드 분야에서 협력 파트너십을 맺은 것까지 감안해 조직을 재정비할 예정이다.미디어는 기존 커스터머 부문 밑에 있던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를 미디어 사업 총괄 조직으로 확대 재편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스카이라이프, 스튜디오지니, 밀리의서재, 스토리위즈 등 미디어 계열 자회사와 협력해 B2B 성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다.KT는 오는 27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조직 개편 방향을 공유할 방침이다. 이번 조직 개편 때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까지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 중심 조직은 한계”KT 경영진은 조직 개편을 결정하기까지 많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에 치우쳐 있던 기존 조직에 한계가 보이자 더는 늦춰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올해 1분기 이 회사 무선통신 가입자는 2484만4000명으로 지난해부터 줄곧 2400만 명대에 정체돼 있다. 이 와중에 전화, 인터넷TV(IPTV) 등 유선통신 가입자는 1년 전보다 줄었다. 1년 새 유선전화 가입자는 1244만5000명에서 1190만3000명으로, IPTV 가입자는 945만1000명에서 941만8000명으로 감소했다.영업이익률도 계속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7.61%다. 작년에는 1분기 7.54%로 시작해 2분기 8.80%까지 올랐다가 3분기 4.81%, 4분기 6.25%로 크게 출렁였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양자통신기술은 양자키분배(QKD), 양자내성암호(PQC) 등으로 분류된다. 한국의 선택은 QKD였다. 정부는 민간기업과 협력해 2035년까지 양자 분야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QKD 관련 연구개발(R&D)에 힘을 싣고 있다.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QKD가 양자기술 선진국인 미국에서 외면받고 있어서다. QKD 기술을 내세우던 기업들도 PQC 신제품 개발에 뛰어드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美 NSA “기술적 한계 뚜렷”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은 2020년부터 QKD를 공공기관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사이버보안 지침을 이어오고 있다. 특정 하드웨어에 의존해야 하고, 디도스 공격에 취약하다는 게 NSA의 설명이다. QKD는 통신망 양 끝단에 장비를 설치해 암호키를 생성하는 기술이다.NSA는 QKD의 대안으로 수학 암호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PQC 기술을 권고하고 있다. 별도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영국에서도 최근 QKD보다는 PQC에 투자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업계에서는 한국 정부의 전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PQC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프로젝트의 종류나 투자금액 등에서 QKD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QKD는 별도 하드웨어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고 응용 분야가 좁은 데 비해 PQC는 응용 범위가 넓다”며 “한국 정부의 전략은 글로벌 트렌드와 반대”라고 말했다. ○갈 길 먼 기술 전략…기업도 고민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를 대비한 기술 투자 및 연구엔 정답은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상업적으로 QKD를 쓰는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연구나 투자가 QKD에 치우친 측면은 있지만 PQC도 챙기고는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QKD에 힘을 실어 준 것은 신규 시장 창출까지 감안한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QKD에는 전용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장비 기업의 매출이 생겨날 수 있다는 얘기다.양자기술 표준과 관련한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QKD 개발에 앞장서던 SK텔레콤은 최근 들어 PQC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국내 양자기업 여섯 곳과 꾸린 양자기술 동맹 엑스퀀텀의 첫 상용 제품으로 PQC 기반 양자암호칩 Q-HSM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PQC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PQC와 QKD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기술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SK그룹의 투자 회사인 SK스퀘어도 QKD 사업에서 힘을 빼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스위스 양자정보통신기업 IDQ의 지분율을 2022년 69.3%에서 지난해 56.9%로 줄였다. IDQ는 QKD 관련 하드웨어 장비를 판매하는 곳으로, 뚜렷한 수주 실적을 공개한 적이 없다.업계는 한국 정부가 양자기술 R&D 예산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양자정보기술 예산은 953억원이다. 미국이 지난해 양자정보기술 관련 공공분야에 쏟은 1조972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양자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9조원을 투입했다.■ 양자통신기술중첩과 얽힘 등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정보기술에 적용하면 ‘초고속 연산’ ‘초신뢰 통신’ ‘초정밀 계측’ 등이 가능해진다. 이 중 양자통신은 빛의 가장 작은 단위인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고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컴퓨터 발전으로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것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