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를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려놓은 비만약이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약(제품명 위고비)의 주성분인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힌 첫 대규모 연구 성과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팀은 65세 이상 제2형 당뇨환자 약 9만 명의 알츠하이머치매 발병 유무를 최대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의학 관련 최고학술지 ‘랜싯’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른 당뇨약을 투여한 환자에 비해 GLP-1을 투약한 환자들의 치매 위험이 최대 30% 낮아졌다고 밝혔다.

국내 치매 연구자인 문민호 건양대 의대 교수는 “GLP-1이 치료약뿐 아니라 알츠하이머치매 예방약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의미의 연구 결과”라며 “GLP-1의 안전성은 이미 확인됐기 때문에 당뇨와 비만 외 다른 질환 치료 목적으로도 빠르게 용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예방 대신 치매 치료 목적으로 GLP-1을 사용하려는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GLP-1 계열 신약을 비만, 당뇨 이외 질환 치료에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간에 염증이 생기는 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MASH)이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MASH 치료 목적의 GLP-1 신약을 다국적제약사에 각각 기술이전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디앤디파마텍도 MASH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2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뮤노포지는 GLP-1으로 근감소증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안성민 이뮤노포지 대표는 “근육을 비롯해 여러 세포를 보호하는 GLP-1 기능을 활용한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이영애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