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상속세 과세표준을 지금의 세 배로 높이고 최고세율은 30%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속세 최고세율 30%로 낮춰야 밸류업 가능"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연 ‘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에서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속세 세션 발제자로 나서 “누락된 소득세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던 상속세가 점차 경제 성장과 고용을 촉진하는 ‘유도세’로 바뀌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현행 10~50%인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속세의 평균 세율(26%)을 고려해 6~3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상속세법 최고세율이 조정된 2000년부터 작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55% 늘어난 점을 반영해 과표 구간을 세 배씩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런 방식으로 개선하면 상속세 과표와 세율은 △3억원 이하 6% △3억원 초과~15억원 이하 12% △15억원 초과~30억원 이하 18% △30억원 초과~90억원 이하 24% △90억원 초과 30% 등으로 조정된다. 심 교수는 “현행 상속세율을 유지한다면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을 매출 5000억원 이하에서 1조원 이하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냈다. 또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촉진하기 위해 밸류업 기업에 주식 평가 할인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의 가치 제고 기간에 따라 상속 대상 주식의 가치를 최대 30% 할인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업 밸류업을 위해 상속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도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10% 세율의 과표구간을 현재 1억원 이하에서 15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등의 방식을 제시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까지 감안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과세표준이 24년째 고정되면서 상속세를 내는 중산층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속세 납부 대상자는 2019년 8357명에서 지난해 1만9944명으로 4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한 상속세 개편안을 다음달 세제 개편안에 포함할 계획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