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렉라자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최소 2개는 더 있어야 합니다.”

최근 서울 노량진로 유한양행 본사에서 만난 김열홍 연구개발(R&D) 사장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이같이 제시했다. 블록버스터 신약은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이상의 의약품을 말한다. 김 사장은 “폐암 신약 렉라자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로열티 수령 기간까지 감안하면 최소 2개 신약이 있어야 지속적인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고 ‘이어달리기’를 하며 로열티로 연구개발(R&D)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8월 FDA 승인을 앞둔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미국 대형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과 손잡고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J&J는 해당 치료법의 매출을 연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최소 10% 수준의 로열티를 수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R&D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유한양행 "렉라자 이을 글로벌 신약 출격 대기"

“TPD 도입하고 공동 개발”

유한양행은 렉라자 후속 약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알레르기 신약 ‘YH35324’, 에이비엘바이오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YH32367’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알레르기 신약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빠르게 성과를 선보이기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회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약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해당 약물에 애정을 가지고 잘 키워줄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조만간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을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TPD는 질병 원인 단백질을 분해해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기존 저분자화합물(알약, 캡슐)과 달리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최근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음은 TPD라고 생각한다”며 “저분자화합물이 노릴 수 없는 ‘언드러거블(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표적 공략이 가능하고 지속적인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약물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TPD 기업과 지속적으로 공동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기술이전 끝나도 협업 주도할 것”

김 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R&D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는 “그간 하나의 방향성보다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대로 개발한 경향이 있다”며 “일부는 과감히 개발을 중단하고 집중할 것들을 선별했다”고 했다.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연구 및 임상개발, 사업개발(BD) 등 전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자는 취지다. 베링거인겔하임 출신 최영기 전무와 한미약품에서 R&D 총괄과 BD를 담당한 이영미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신약 기술이전 이후에도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 기술이전을 한 뒤에는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상업화 이후 로열티를 수령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선급금만 받고 끝나버리는 기술이전보다는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