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진 7개 상임위원장을 받아들이기로 한 건 ‘국회 보이콧’을 이어갔을 때 얻을 실익이 분명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등 입법 청문회를 강행하면서 정부 측 주요 인사들이 여당의 비호도 없이 야권의 맹공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 구성 협상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다만 당내에선 재신임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野 입법청문회 강행에 ‘백기’

추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대국민 입장 발표를 통해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폭주하는 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7개 상임위원장을 맡아 민생 입법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을 위한 의회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원내 투쟁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일부 의원이 만류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7개 상임위원장 수용에 대해서는 큰 반발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민의힘 내부에선 거대 야당의 독단적인 국회 운영에 맞서 강력 투쟁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원내에 복귀해 싸워야 한다는 ‘실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대치가 길어지면서 집권 여당이 국회를 비워두는 상황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1일 민주당이 강행한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이후 여당에선 ‘원내에 복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정부 측 증인들을 몰아붙이고 답변을 거부하자 ‘10분 퇴장’을 명령하는 등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막아줄 여당 의원은 없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국민의 국회로 돌려놓겠다, 민생을 위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자세로 일하겠다’는 추 원내대표와 의원들의 충정 어린 결단으로 국회 원 구성이 가능해졌다”며 “민생을 위해 협치하라는 총선 민심을 받드는 22대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 상임위 청문회서 총력 방어 예고

상임위 보이콧을 해제한 국민의힘은 당장 이번주로 예정된 각 상임위 입법청문회에서 야당 공세에 맞서 총력 방어를 펼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 만큼 줄줄이 추가 청문회를 예고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확인한 만큼 ‘김건희 특검법’ 청문회도 지체 없이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25, 26일 각각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과 의료계 집단 휴진 대책을 논의하는 청문회가 열린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을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재정파탄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입법청문회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개최할 수 있어 민주당 단독으로 열 수 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을 7월 4일까지인 6월 임시회 중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회가 방송통신위원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한 달 내에 임명하도록 하는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등도 밀어붙일 전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