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섹시 가이' 역으로 웃음…"진지하게 연기해야 웃기더라"
'핸섬가이즈' 이희준 "악역 하다 코믹 캐릭터…잘생김 걱정됐죠"
"이런 코믹한 캐릭터를 제안받으면 감동이 느껴져요.

제가 보여준 적이 없는 얼굴인데도 잘할 거라 믿어주신 거니까요.

"
남동협 감독의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 주연 배우 이희준은 25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친형제나 다름없는 두 남자가 '영끌'로 마련한 전원주택에서 기이한 일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희준은 우락부락한 체격과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순박한 마음을 지닌 경상도 남자 상구를 연기했다.

이희준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영화 '황야' 등에서 강렬한 악역을 소화했지만, 이번에는 이른바 B급 감성으로 무장한 코믹 캐릭터에 도전했다.

전형적인 미남형 얼굴과는 거리가 먼데도 자신을 '섹시 가이'로 여기는 상구의 모습이 이 역할의 매력이다.

"너무 재밌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재고 따질 것 없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 잘생긴 외모가 (웃음에 방해될까) 걱정되기도 했다"면서 "그래서 머리도 기르고 얼굴에 시커먼 칠도 해봤다"며 웃었다.

극 중 상구와 함께 사는 자칭 '터프 미남' 재필 역의 이성민에게 비주얼로 밀리지 않으려는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촬영 날 선배님이 꽁지머리를 하고 태닝까지 하고 오신 거예요.

괜히 저 혼자 경쟁심이 생겨서 부황 자국이라도 만들어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경찰 역의) 박지환 씨가 저희 모습을 처음 보고는 이게 무슨 영화인가 싶어서 충격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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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가이즈' 이희준 "악역 하다 코믹 캐릭터…잘생김 걱정됐죠"
'핸섬가이즈'는 시사회 이후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대사의 감칠맛을 제대로 살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이희준은 "한 장면을 촬영할 땐 항상 세 가지 버전의 연기를 준비해갔다"며 "배우들이 워낙 의욕이 넘쳐서 즐거운 마음으로 애드리브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믹 캐릭터를 소화해 보니 "연기하는 사람은 정말 진지하게 해야 웃긴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거 웃기겠지?'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순간 이상해지더라"라고 말했다.

처음 보는 이희준의 새로운 얼굴에 동료 배우들과 가족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인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인 배우 진선규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드디어 네 노력의 결실을 보는 것 같다"며 격려했다고 한다.

이희준은 '핸섬가이즈'에서 호흡을 맞춘 이성민과도 각별한 사이다.

이성민은 이희준이 20대 후반이던 때부터 함께 연극 무대에 서며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에서는 이성민이 대통령을, 이희준이 그를 모시는 경호실장을 각각 연기하기도 했다.

이희준은 "상구와 재필의 관계는 실제 저와 성민 선배님이랑 비슷하다"면서 "두 캐릭터의 관계를 따로 설명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 둘이 극에 녹아들어 갔다"고 했다.

"촬영하는 동안 '척하면 척'이었어요.

선배님이 표정이 안 좋으면 뭐가 불편해서 그러신지 저는 바로 아니까요.

선배님도 제 연기의 단점을 잘 아시고요.

15∼16년 전에 같이 연기할 때 아주 답답하셨을 텐데도 저를 참 예쁘게 봐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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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가이즈' 이희준 "악역 하다 코믹 캐릭터…잘생김 걱정됐죠"
이희준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금도 '꽃, 별이지나'를 공연 중이다.

그는 "무대는 저에게 놀이터와 같다"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분도 든다"고 했다.

영남대학교 화학공학과에 다니던 이희준은 연극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학교를 중퇴하고 상경했을 만큼 공연 예술에 대한 애정이 깊다.

"요즘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짜증이 났거든요.

그러다 며칠 전 문득 연극을 하겠다고 고시원에 살면서 대학로를 돌던 스물한 살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때의 제가 마흔 여섯살이 된 지금의 저를 보면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뭉클했어요.

이성민 선배님과 같이 영화 주연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실감이 안 날 정도로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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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