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업 위기감 커진 Fed…의료비 부담이 중산층 흔든다
의료비 급증이 미국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도 주요 노동 지표가 경기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Fed가 금리 인하 시기와 고용 안정성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경제연구소(NBER) 자료를 인용해 의료비 상승으로 미국의 실업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치솟는 의료비는 고용주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늘려 중산층 근로자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고용주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데, 이때 의료보험 가격이 상승하면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고용주의 비용도 늘어나 인력 감축에 나서기 때문이다. 의료비가 1% 상승하면 고용주의 급여 및 고용 인원이 0.3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일자리 감소가 연간 소득이 10만달러(약 1억3862만원) 미만인 사람들에게 집중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공동 저자인 자렉 브로트 골드버그 시카고대학교 조교수는 "의료비 상승이 환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며 "이는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근로자의 고용 결과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의료비가 1% 상승할 경우 자살과 약물 남용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 명당 1명꼴로 늘어날 수 있고,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140명 중 1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로트 교수가 집필한 또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 의료비는 최소 5% 올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1164건에 이르는 병원 합병 중 13건(1%)에 대해서만 독점 금지법 관련 조사를 시행하면서다. 연구진은 FTC 표준 모델에 따르면 전체 합병 건수 중 20%에 독점 조사를 시행해 병원비 인상을 막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Fed 인사들도 실업률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2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커먼웰스클럽 연설에서 현재 4%인 미국 실업률에 대해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노동 시장이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향후 경기 둔화는 실업률 상승을 의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실업수당 청구가 증가하면 실업률이 상승한다. 다른 여러 지표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냉각되고, 소비자 지출이 약화하기 시작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축 정책을 너무 오랜 기간 시행하면 실물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걱정해야 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