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테크 기업들의 ‘치킨 게임’이 뜨거워지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업체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테크 기업들은 최근 생성형 AI 이용료를 내리거나 무료화했다.
5달러에 '세계서 가장 비싼 AI기술' 이용…치킨게임 시작됐다

가격 경쟁 시작한 AI업계

2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처음 내놓은 이후 1년6개월 동안 생성 AI업계의 화두는 성능이었다. 오픈AI를 필두로 구글, 앤스로픽 등 다양한 업체가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기술을 쏟아냈다. 당시 챗GPT에 사용된 GPT-3.5와 현재 적용 중인 GPT-4o의 성능은 천양지차다.

최근엔 업계의 관심사가 비용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생성 AI의 혁신적인 성능은 입증됐지만 기업 고객이 이를 쓰기 위해선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지난달 공개한 새로운 파운데이션모델 GPT-4o는 언어는 물론 사진, 음성, 영상까지 함께 처리할 수 있어 범용인공지능(AGI)에 한층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능 못지않게 관심을 받은 점은 가격이다. GPT-4o 모델을 외부 서비스에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가격은 100만 토큰당 입력과 출력에서 각각 5달러, 15달러로 정해졌다. 직전 모델인 GPT-4터보가 같은 조건에서 각각 10달러, 30달러이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토큰은 텍스트와 같은 데이터를 의미 있는 단어나 기호로 분리해 처리한 최소 단위를 뜻한다.

AI 강자인 구글도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구글의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 1.5 프로는 프롬프트(명령어) 길이가 12만8000토큰 이하면 100만 토큰당 입력과 출력 각각 3.5달러, 10.5달러를 받는다. 프롬프트 길이가 12만8000토큰을 넘을 경우는 7달러, 21달러다. 경량 모델인 제미나이 1.5 플래시 비용은 0.35달러, 1.05달러에 불과하다. 아마존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앤스로픽 역시 지난 20일 새로운 파운데이션모델 ‘클로드 3.5 소네트’를 내놓으면서 입력은 3달러, 출력은 15달러로 경쟁 모델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중국 업체들은 한층 더 공격적이다. 숏폼 플랫폼 틱톡으로 유명한 바이트댄스는 지난달 초거대 AI 더우바오를 내놓으며 가격 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 모델의 1000토큰당 출력 비용은 0.0008위안으로 사실상 공짜다. 다른 업체들도 일제히 가격 인하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챗봇 주력 모델인 큐웬룽 가격을 1000토큰당 입력 가격 0.0005위안, 출력 0.002위안으로 각각 97%, 90% 내렸다.

중국 정부는 작년 2월 챗GPT가 중국 정부의 신장 탄압에 대해 ‘종족 말살’이라고 답변한 것을 이유로 중국 내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와 구글 서비스 모두 중국에서 금지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내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美·中 빅테크만 생존 우려도

생성 AI는 지금까지 등장한 IT 가운데 가장 ‘비싼’ 기술로 꼽힌다. 생성 AI를 개발하기 위해선 방대한 양의 데이터,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칩셋, AI 전문 엔지니어 등이 필요하다. 지난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존 헤네시 이사회 의장은 “생성 AI를 활용한 검색 비용이 일반 검색 비용보다 10배 더 높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AI 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구글이 투입하는 제미나이 울트라 학습 비용은 1억9140만달러(약 2645억원), 오픈AI의 GPT-4는 7835만달러(약 10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수익화도 쉽지 않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2022년 5억4000만달러(약 7454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치킨 게임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은 오픈AI를 비롯해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와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가 자금 경쟁 레이스를 펼치는 탓에 이들을 제외한 국가의 기업과 스타트업은 경쟁에 끼어들 수도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