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옥상을 내 집 마당으로"…북한산 재개발 난제 푼 건축가
“신속통합기획은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해 개발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주민 요구에 최적화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거죠.”

들쭉날쭉한 북한산 협곡 지형으로 도시계획의 난제로 꼽혀온 ‘미아동 구릉지’(서울 미아동 791의 2882 일대) 재개발 신속통합기획 과정에서 도시개발 전문가인 신통기획가(MA)로 참여한 손세형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사진)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소에는 시도하기 힘든 건축학적 아이디어를 활용해 ‘대상지 맞춤형 도시 재개발 모델’을 내놓을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 신통기획은 도시개발 사업 계획 수립 단계부터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제도다. 시의 관련 부서와 전문가가 시간적 여유를 두고 여러 재개발 계획안을 시뮬레이션하고 피드백을 거쳐 최종 타협안을 찾아나가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손 교수와의 작업을 통해 이번 재개발 모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타워형·판상형 등의 주거 형태가 아닌 ‘테라스 하우징’을 시도했다. 테라스 하우징은 지형 차를 활용해 한 건물의 옥상 부분이 다른 건물에서는 마당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주거 유형이다. 이번 모델은 땅 높낮이가 최고 57m(아파트 약 20층 높이) 차이가 나는 미아동 구릉지 지형에 맞춰 마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각종 도시계획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곳이었다”며 “민간 전문가로서는 지형적 어려움을 극복할 색다른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상지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막막한데, 시(市)라는 공공의 중재 아래 실험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재개발 모델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 7일 진행한 미아동 재개발 설명회 열고 신통기획 모델 최초로 고도지구 규제 완화를 먼저 반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지 일대에 공공 보행 통로 여러 개를 마련하고, 대상지로 들어오는 교통 진입로를 주변 간선도로와 연결하는 등 동선을 효율적으로 구성해 교통난을 최소화한 계획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대상지를 입체적으로 개발할 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