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 21일 오후 5시 13분HMM 인수전에 하림과 동원, LX그룹이 본격 참전했다. 독일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하파그로이드도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이날 HMM 매각 예비입찰 접수를 마감했다. 예비입찰에는 하림과 동원, LX, 하파그로이드 등 네 곳이 나섰다. 예비입찰에 나서지 않은 기업은 최종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번 매각 작업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경우 이들 기업 가운데 HMM의 새 주인이 나온다는 얘기다.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던 SM그룹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SM그룹은 “영구채 전환을 전제로 한 입찰금액 산정은 SM그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조달 여력을 초과하는 무리한 인수로 귀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글로벌세아도 한때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불참했다.이번 산은의 HMM 매각전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HMM 매각 공고를 내자마자 인수 후보 기업이 앞다퉈 투자설명서(IM)를 받아 가면서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끝내 예비입찰 참여를 포기했고 대기업의 ‘깜짝 참전’도 이끌어내지 못했다.자산 총액 기준으로 하림(17조원) SM(16조원) LX(11조원) 동원(9조원) 모두 HMM(24조원)보다 기업 규모가 작다. 이들 기업은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지 않아 인수대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적 선사의 해외 매각에 대한 반발을 고려할 때 하파그로이드에 매각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업계 일각에서 입찰이 최종 유찰되고 HMM 매각 작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언급한다.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HMM 인수전에 뛰어든 SM그룹이 최근 HMM 주식을 대량으로 추가 매입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인수전 참가 의사를 공식화한 시기를 전후해 주식을 장내 매수한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은 최근 HMM 주식 50만 주가량을 장내에서 사들였다. 매입 주체는 SM동아건설산업으로, 수만 주씩 여러 차례에 걸쳐 분할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는 100억원 상당이며, 지분율은 0.1% 정도다. 지분율 5% 이상 주주는 보유 주식이 1%가량 변동이 있을 때 5영업일 안에 공시해야 한다. 이번에는 지분 변동폭이 크지 않아 추가 매수할 경우 합쳐서 공시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SM그룹의 지분율은 기존 6.56%에서 6.66%로 높아졌다. SM그룹은 우 회장과 우 회장의 아들인 우기원 부사장, SM상선, 대한해운 등이 HMM 주식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이어 3대 주주다.증권가에선 SM그룹이 HMM 주식을 장내 추가 매수한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M그룹 같은 큰손이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는 올라간다”며 “HMM 주가가 내려가야 인수가도 낮아지는데,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의외”라고 말했다.인수전을 바라보는 산업계는 SM그룹이 이미 6% 이상 주식을 보유한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진 데 따른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HMM의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산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매각 공고를 통해 ‘인수자와 전환사채 전환 문제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SM그룹은 HMM 주가를 높게 유지할 필요도 있다”며 “현재로선 인수후보인 동원 하림 LX 그룹 가운데 자금 여력에서 SM그룹이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시장에선 HMM 주가가 전환사채 전환 이슈로 약세를 보이면 SM그룹이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SM그룹 관계자는 “주식 추가 매수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추후 공시해야 할 경우에는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19일 서울 마곡동 SM그룹 R&D(연구개발)센터에서 한 인터뷰 내내 “아무리 양보해도 HMM의 적정 인수가격은 4조500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4조원가량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40.94%의 지분을 가져오는 대가로 충분할 것이라는 얘기다.우 회장의 발언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적정 인수가를 넘을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경영난에 빠진 HMM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30년 만기(이자 연 3%)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조68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조원어치만 주식(전환가 5000원)으로 전환해도 현 주가가 유지된다고 할 경우 4조원 가까운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HMM 주가는 1만90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산업은행이 1조원가량의 전환사채를 먼저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그렇게 하면 입찰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1조원만 전환해도 인수 자금은 4조원이 뛴다. 그러면 8조원을 들여 HMM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얘긴데, 우리뿐 아니라 그 돈을 들여 HMM을 인수할 국내 그룹은 없을 것이다.”▷그래도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인수를 포기하겠다. 우리 정부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았을 때) 배임행위를 우려하는 것 같은데, 1조원을 넣어 4조원을 거둬가는 건 매각하지 않으려는 의사로 시장에선 받아들일 것이다. 세계적 해운사인 MSC의 국적은 스위스다. 스위스는 알다시피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국이다. 내륙국에서 글로벌 해운사가 탄생한 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대승 차원에서 접근해 야 한다.”▷대안이 있는가.“전환사채는 말 그대로 대출이다. 산은이 HMM에 대출해준 만큼 이자율을 붙여 회수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게 수많은 HMM 소액주주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인수를 위해 최대 4조5000억원을 마련했다고 했다.“최대 금액이 그렇다. 적정 인수가를 4조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 금액도 우리뿐 아니라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엔 부담스러운 규모다. (인수가로) 4조5000억원에서 1원이라도 더 써낼 마음은 없다. M&A(인수합병)란 원래 그런 것이다. 돈이 없으면 인수는 못하는 것이다.”▷4조5000억원이 적정가라고 보는 기준이 있는가.“작년엔 HMM이 10조원의 이익을 냈다. 그것만 보면 싼 인수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운업은 사이클을 크게 탄다. 그 전 10년간 거의 손실을 봤다. 해운업의 호황 사이클이 작년에 끝났다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오랫동안 견뎌낼 회사가 HMM을 가져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는 인수하면 빚내지 않고 경영할 것이다.”▷인수전에 뛰어들 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내 나이가 일흔둘이다. 더 바라는 것도 없고, 국내 해운업계를 살리고 아시아 최대 해운사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어떤 식으로 아시아 최대 해운사로 만들 것인가.“2016년에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과 아주 노선만 따로 떼어낸 사업부를 인수했다. 그게 SM상선이다. 계열사로 대한해운도 있다. HMM을 인수하면 SM상선과 합병시킬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노선 합리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날 것이다.”▷SM그룹이 HMM을 가져가는 게 버겁다는 얘기도 있다.“세간에선 우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말을 하는데, 맞지 않는 말이다. 새우가 어떻게 고래를 삼키는가. 고래니까 고래를 삼키는 것이다.”▷입찰을 포기하거나 입찰에 들어가도 인수에 실패할 수 있다.“HMM을 인수하지 못하면 SM상선 등 그룹의 해운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미 관심을 보이는 외국 기업들도 있다. 규모의 경제가 안 되면 해운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다른 사업을 할 생각이다.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다.”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