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주가 급등하고 있다. 해외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판매가 늘면서 그룹사 전체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이 조정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기업가치) 매력이 부각되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25일 2.67% 오른 28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사상 최고가다. 이달 들어서만 네 차례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현대차그룹의 물류 회사 현대글로비스도 3.65% 오른 22만7000원에 마감하며 2021년 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른 현대차그룹주도 줄줄이 올랐다. 기아는 0.55% 상승했고 자동차 부품 회사 현대모비스(5.25%), 차량용 소프트웨어 회사 현대오토에버(2.42%) 등도 뛰었다. 이달 들어 현대차그룹주 가운데 현대글로비스가 26%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장 작은 폭으로 상승한 기아는 9.60% 올랐다.

현대차그룹주가 줄줄이 오르는 건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 판매가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에서 그룹 내 거래 비중을 보면 현대모비스(89.3%), 현대글로비스(75.2%), 현대오토에버(52.6%) 등 각 계열사에서 과반을 차지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올 2분기 싼타페 MX-5의 생산량이 글로벌 연환산 기준 30만 대를 넘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예상된다”며 “기아는 미국 공장 가동률이 개선되고 있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달 28일로 예정된 ‘CEO 인베스터 데이’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내 거래가 영업이익에 큰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다른 기업과의 운임계약 갱신이 내년에 몰려 있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I 관련주가 조정을 받은 것도 현대차그룹주에 수요가 몰리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현대차그룹주를 선택하는 투자자가 많았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