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업에 '기업 감시' 맡긴 금융위
“현행 전자금융거래법령 체계에서도 다수의 플랫폼, 유통업체 본사 등이 이미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으로 등록해 적법하게 영업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전자금융법(전금법)에 따라 간편결제(페이) 고객을 받는 유통업체와 프랜차이즈 본사도 정부에 PG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설명자료의 한 부분이다. 기존에 있던 규제로 업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유통사는 상황 파악에 분주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해당 규제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혼란을 겪는 건 카드 결제에는 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은 물론 유통업체와 프랜차이즈 본사는 카드사로부터 정산받아 재정산할 때 결제 대행 관련 등록 의무가 없다. 페이 결제가 오프라인까지 확대되면서 규제도 합리화돼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현재 신용카드를 간편결제 형태로 결제하는 비중은 전체에서 48.5%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9월부터 페이사가 유통사 등 계약 업체의 PG업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미등록 시 계약하지 못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사실상 민간기업에 다른 기업의 감시를 맡긴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현재 PG업 등록에만 1년가량 걸린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위법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금융위는 규제영향분석서에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서도 카드 거래를 대행하는 자에 대해 가맹점 준수사항을 규정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법상 카드사는 가맹점이 현행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거나 관계 행정기관으로부터 규정 위반 사실에 대해 서면 통보받는 등의 경우 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페이사처럼 계약 전 확인 의무나 계약 조건을 명시한 규정은 없다.

금융위는 “적격한 자를 확인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주주 심사 등의 규율이 적용되지 않으니 금융사처럼 관리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유통사가 PG업자 등 전자금융업자가 되면 금융감독원의 감독·검사 대상이 된다. 전자금융거래 관련 업무 및 경영 실적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등 의무도 많아진다. 알리, 테무와 같은 중국 오픈마켓 등 해외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금융위는 애초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이런 규제를 내놨다. 미등록 업체로 인한 피해 예방은 필요하지만, 하루 평균 1조2300억원에 달하는 간편결제 시장을 싸잡아 옥죄겠다는 발상은 재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