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내 반도체 설비·연구개발(R&D)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일몰을 10년 연장하고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도체 생산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산업용수 공급과 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책임지도록 할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5선·경기 성남수정)은 2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내 반도체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K칩스법 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을 다음주 초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발의하는 조특법 개정안은 반도체 설비 및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기간을 연장하고 지원 폭을 대폭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말 도래하는 투자세액공제 일몰을 2034년까지 10년 연장하고, 대기업·중견기업(15%→25%)과 중소기업(25%→35%) 공제율을 10%포인트 상향한다. R&D 세액공제율도 대기업 40%, 중소기업 50%로 10%포인트씩 올리는 내용이 담긴다.

김 의원은 “반도체는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며 “민주당도 반도체 기업 지원을 ‘대기업 특혜’ 시각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발의 법안에 민주당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국민의힘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어서 관련 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野 "반도체용 산업용수·전력,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
김태년, 다음주 법안 발의…"반도체 중요성 남다르다"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정쟁에 밀려 자동 폐기됐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투자에 세제 지원을 하는 K칩스법은 올해 말 일몰되기 때문에 국회가 법을 바꿔 일몰 시점을 늦추지 않으면 그나마 있는 세액공제 혜택(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이 사라질 처지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하는 K칩스법은 반도체를 파격적으로 ‘핀셋’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를 비롯해 2차전지, 디스플레이, 수소, 자율주행자동차 등 다른 국가전략산업의 세제 지원 일몰도 일괄적으로 10년 늦추되, 반도체는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5%, 중소기업 35%로 10%포인트 상향하도록 했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 확대(대기업 30%→40%, 중소기업 40%→50%) 역시 반도체 투자에만 해당한다.

김 의원은 “모든 전략 산업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면 정부의 세수 감소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반도체만이라도 공제율을 상향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K칩스법은 민주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의 필요성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고 했다.

김 의원이 K칩스법과 함께 발의하는 반도체특별법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반도체위원회를 둬 정부가 반도체산업 전략을 주도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력·산업 용수 공급을 정부에 의무화했다는 점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법안과 같다. 여기에 김 의원은 반도체산업지원기금 조성과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전력망 구축 등의 내용을 더 담을 예정이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도 K칩스법 일몰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 속에 민주당의 반도체특별법 발의는 대단히 환영할 일”이라며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국가 역량을 집중해 기업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미국처럼 반도체산업에 대한 파격적인 보조금 지급 대신 세제 지원에 그쳤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한재영/김채연/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