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심포지엄…"기초·임상의학 외에도 인문학 등 의료시스템과학 중요"
"의대, 인문학적 소양 갖춘 '성찰하는 지식인' 길러내야"
의과대학 교육 관계자들이 '성찰하는 지식인'으로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의 역할과 이러한 인재를 키워 내기 위한 의학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학교 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몰락하는 대학 시대 속 의과대학의 도전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최재정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의료인문학교실 교수는 '성찰하고 실천하는 의사의 자세'를 강조하며 "의사집단이 공적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 지식인의 역할은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사회과학적 언어'를 갖춰 대중과 소통해 옳은 방향으로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학장을 맡고 있는 강윤식 경상국립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싸움에서 정부는 물론이고 의사 집단도 '명분'과 '의도'의 괴리가 컸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왜 이 싸움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목적과 방법의 온당함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적에 대한 증오·분노로 싸우는 게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인지, 그게 가능할지'에 대한 생각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들에게는 "이번 사태와 수업거부 등 자신의 선택에 대해 성인으로서 숙고하고 고민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의대생들은 (증원 발표 후) 일단 그냥 나갔고, 그런 다음 요구사항을 정리했다.

그래서 '돌아올 명분'이 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얼마 전 의대생 학부모 단체에서 성명서를 냈는데, 그런 성명서는 의사들의 진의를 왜곡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자기 주도적인 의사 결정이 중요하다.

주변과 많이 상의하되 자기 스스로 명분을 축적해보라"고 말했다.

"의대, 인문학적 소양 갖춘 '성찰하는 지식인' 길러내야"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식인으로서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의과대학에서의 의학 교육 역할을 강조했다.

신찬수 이사장은 "최근 들어 비판적 사고 능력, 감동할 줄 아는 능력, 의사로서의 소명감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시스템과학'이 의학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시스템과학에는 철학, 사학 등 인문학이나 의료인문학, 예방의학, 전문직교육 등이 포함되며 환자를 중심으로 한 의료 구조와 과정, 정책, 경제, 의료정보과학과 기술의 활용 등이 핵심 영역이다.

신 이사장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에 더해 양질의 환자 진료를 위한 역량 확보를 위해 이러한 의료시스템과학을 조기에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몰입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정 교수는 "의학교육에 비판적 사고 훈련, 윤리교육, 인문학 과목, 환자 중심 교육 등이 포함돼야 한다"며 "의사가 사회 내에서 타인과 섞이며 공동체 리더로서 참여하고 기여했던 '발판'이 있었다면 현 사태에서 의사를 집단이기주의로 몰아세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