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군에 책임 미루다 공식 인정…"불교계 반발 의식"
미얀마서 군부총격으로 고위승려 사망…최고사령관, 이례적 사과
미얀마 군사정권이 군부 측 공격으로 승려가 살해된 사건을 이례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25일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군정 종교문화부 띤 우 린 장관은 전날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최근 저명한 승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엄중히 조처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글을 대독했다.

앞서 지난 19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북부 바고 지역의 유명 불교 사원 주지이자 불교계 원로 승려인 무닌드라(78)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애초 군정은 저항군이 설치한 지뢰가 폭발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장에서 생존한 승려가 이에 반박하며 군부 공격을 받았다고 소셜미디어에서 증언했다.

당시 승려 일행이 탄 차량이 만달레이 인근 검문소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자 군부 경찰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군정은 입장을 바꿔 지난 21일 이를 인정했고, 이날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사과 메시지까지 나왔다.

미얀마나우는 군정이 쿠데타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민간인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군부가 살해한 민간인은 5천300명이 넘는다.

군부의 이례적인 사과는 미얀마 불교계 반발을 의식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사가잉 지역에서 승려들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이번 사건 이후 불교계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에서 승려들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전통적으로 불교계는 군부 정권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달 초 미얀마 불교 최고 기구에 의전용 벤츠 승용차를 기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