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사흘 앞두고 '유일 개혁성향 후보' 저격…투표 참여 독려도
하메네이, 이란 대선 앞두고 "혁명 반대 후보와 연대 말라"
이란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유일한 개혁 성향 대선후보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연설에서 대선 후보들을 향해 "혁명에, 이슬람 체제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자는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은혜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신의 좋은 동료가 되지 못할 것"이라며 이슬람 혁명 노선에서 벗어난, 친서방 성향의 후보와 연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런 발언과 관련, "하메네이가 차기 정부에 (이슬람)혁명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메네이는 혁명 노선에서 벗어난 인물이 누구인지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AP통신은 하지만 하메네이의 이날 발언이 보수 강경파 일색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개혁파로 분류되는 심장외과 의사 출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페제시키안 의원은 최근 연설에서 2015년 체결됐다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폐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과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해 이목을 끈 바 있다.

혁명 정신 유지를 강조하는 하메네이의 연설에 시아파 명절인 이드 알가디르를 기념해 모인 현지인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구호를 연호하며 뜨겁게 호응했다고 AP는 전했다.

하메네이, 이란 대선 앞두고 "혁명 반대 후보와 연대 말라"
하메네이는 또한 이날 연설에서 최대한 많은 유권자들이 대선에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자고 촉구하면서 "이는 이슬람 공화국의 적들을 침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일 치러진 이란 총선에선 반서방 강경 보수파가 의회의 압도적 과반을 차지했으나, 투표율은 41%로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공화국이 건국된 이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AP통신은 "서방의 제재로 경제가 붕괴 위기에 직면한 데다 2022년 벌어진 '히잡 시위'를 비롯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몇 년 간 이어지면서 테헤란 일대 유권자들은 선거에 무관심한 모습"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꼽히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서 이란은 오는 28일 대선을 치르게 됐다.

이번 대선에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마즐리스(의회) 의장과 페제시키안 의원,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 부통령, 사이드 잘릴리 전 외무차관,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 전 법무장관 등 6명이 출마해 경쟁 중이다.

이슬람 신정일치(이슬람 성직자 통치론) 체제 국가인 이란에서 임기 4년의 대통령은 종신직인 최고지도자 바로 아래의 '2인자'로 평가된다.

대통령은 부통령과 장관 등 내각을 임명하며, 일반적인 정부 업무와 국내·외교 사안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지만 절대 권한은 최고지도자가 쥐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대통령 인준·해임 권한과 군 통수권을 지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