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 사진=임대철 기자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 사진=임대철 기자
경기 화성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 18명 가운데 17명이 중국 국적자로 확인됐다. 중국 언론들이 한국의 노동 환경을 문제 삼고 나서자 중국 내에서는 "그래도 한국에 가겠다"는 중국인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참사 현장을 찾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25일 "한국 기업들이 뼈아픈 교훈을 얻어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중국 국적으로 밝혀지자 중국 매체들도 이번 참사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참사를 보도하며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한국에 있는 중국인 근로자들은 임금과 복리후생 측면에서 한국 근로자보다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사후 처리에 있어 한국 기업과 정부가 한국인들과 다르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 내 중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다수 매체가 한국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고 비판하고 나섰지만,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래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반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노동 환경이 더욱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을 비판할 처지가 되냐는 반발심리가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중국 누리꾼은 "중국 공장에서 일하면 보통 시간당 10위안(약 1900원)을 받는다"며 "한국의 최저시급은 51.6위안(약 9800원)이다. 외국에서 일하려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느냐"는 글을 남겨 수백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한 조선족 직원은 신경보에 "한국인들은 공장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급여는 시간당 9860원으로, 비슷한 급여의 다른 직업에 비해 노동 강도가 낮고 퇴직금과 수당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누리꾼은 "중국 공장에선 35세 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며 "왜 중국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비판은 공감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누리꾼도 "중국에선 젊은이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지만, 선진국은 임금이 높고 근로 인력이 적어 의지가 있다면 60~70대가 돼도 일할 수 있다"며 "올 4월에 방문했던 한국 거래처엔 70대 운전기사가 여전히 운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외국 기업 급여가 중국보다 2~3배는 높아 부지런히 돈을 모으면 몇 년 후 지방 도시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며 "나도 한국에 가고 싶다. 하지만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토로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