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투자협회 표지석. 사진=한경DB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투자협회 표지석. 사진=한경DB
이르면 올 연말 수십개 공모펀드들이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처럼 편리하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가입과 환매 기간이 복잡하고 길어 거래 편의성이 떨어졌던 공모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살아날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이달 말 금융위원회에 공모펀드 상장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 30여곳으로부터 '일반 공모펀드 상장거래 추진' 참여 의향을 제출받았다.

상장 공모펀드들은 특례제도인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 서비스가 규제에 막혀 사업화가 불가능한 때를 감안해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시범 운영을 허가하는 제도다. 선정되면 현행 금융규제 적용을 최대 5년6개월까지 유예시킬 수 있다.

샌드박스 심사에 통과된 공모펀드는 상장이 가능하다. 심사는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례 대상은 자본시장법 제234조다. 이 조항에선 ETF가 특정 지수에 연동해 운용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당국은 거래소에 상장시킨 일반펀드들에 한해서 '지수 연동' 요건을 없애는 혜택을 줄 전망이다.
사진=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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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상장 땐 투자자들 거래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펀드는 가입과 환매 절차·기간이 주식과 ETF보다 복잡하고 긴 데다 거래 편의성과 환금성도 떨어진다. 수익 여부와 상관없이 높은 보수를 줘야 했던 점도 투자자들의 반감을 샀다.

하지만 상장 시엔 거래 과정이 자동화 작업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운용 보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주식형 펀드 보수가 연 1~2%라면, ETF는 0.1%~0.4% 수준이어서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차이가 크다.

또 특례 덕에 상장 공모펀드는 시장지수에 구애를 덜 받는 만큼, 자금을 적극 굴리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보수 절감, 거래 편의 등 ETF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전문가의 손에 운용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상장 공모펀드 출시에 저마다 다른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ETF로 핵심 사업영역을 옮긴 대형 운용사들은 자사 대표 펀드를 상장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펀드 중심의 중소형 운용사들 중에는 펀드 판매사와 이해관계 문제로 이번 심사에 대표 펀드를 내놓지 않는 곳도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운용사 한 곳에서 여러 개 펀드를 신청한 경우도 많다"며 "샌드박스 신청 직후 거래소·예탁결제원 등과 함께 시스템 개발에 나설 예정으로 연내 실제 거래가 목표"라고 말했다.

공모펀드의 상장 추진은 올 1월 금융위가 발표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기존 공모펀드가 거래 편의성과 수익률이 떨어져 투자자들 외면을 받는다고 자체 분석한 바 있다. 펀드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반면 ETF 수요는 계속 커지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당국은 공모펀드도 ETF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상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